입에 맞는 음식은 먹는 계절이 따로 없고, 같은 음식인데 먹다보면 다른 맛을 느낄 때가 있다. 한소끔 끓였을 때 담백하던 첫 맛도 약한 불에 계속 데워 먹다보면 그 맛이 더욱 진해지는 찌개류가 그렇다.
대구시 교육청 맞은 편 '똘똘이 동태찌개 전문점'. 주인 박영숙씨(64)가 연중 끓여 내는 동태찌개가 이런 맛과 딱 맞아떨어진다. 잡는 즉시 냉동시킨 40cm이상의 동태만을 골라 곤과 알을 빼고 깨끗하게 손질 한 뒤 무와 갖은 양념을 넣고 약 15분 정도 끓이다 마지막에 매운 청량고추를 어슷어슷 썰어 얹어 왕소금으로 간을 한다.
이 집의 특징은 맛을 좌우하는 육수대신 맹물을 쓴다. 육수는 보관도 어렵고 맛이 쉽게 변하기 때문이란다. 맹물을 쓰면서도 시원한 찌개 맛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노하우는 박씨의 손에 달려 있다.
"동태는 비린 맛없이 끓이는 게 중요하다"는 박씨는 30년 넘게 찌개를 끓여 온 경험에 비춰 터득한 물의 양과 불 조절을 맛의 비결로 들었다. 여기에 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이 음식의 깊은 맛을 더한다. 그래서 인지 함께 나오는 예닐곱 가지의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맛있다. 실오징어 고추장무침 꽁치조림 어묵조림 등이 학창시절 도시락 반찬처럼 정겹다.
인심도 후하다. 3인분 정도로 4인이 먹기에 넉넉하다. 양은 냄비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동태 살을 떼 내 고추냉이 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한 육질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운이 좋으면 여럿 중 곤이나 알이 든 토막을 먹을 수 있다. 선기를 놓쳤다면 대가리를 노려봄직도 하다. 통통한 볼 살을 골라먹는 재미가 곤과 알 맛에 못지않다.
이런 맛 때문에 알음알음으로 인근 사무실과 멀리서도 찾아온다. 박씨는 "찌개가 맛있다고 다시 찾는 손님들이 많아 점심시간에는 무척 북적인다"고 말했다.
미리 예약하거나 오후 1시쯤 지나 손님이 뜸할 때 찾으면 느긋하게 맛을 즐길 수 있다. 아니면 저녁에 들러 동태 살을 안주삼아 궁합이 맞는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도 좋다. 배가 벌떡 일어날 정도로 포만감을 준다. 1인분 4천500원. 예약문의:052)752-4600
우문기기자 pody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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