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탄핵 말싸움

탄핵안 가결이후 TV 방송사를 비롯한 매스컴과 각종 단체들은 경쟁적으로 토론회를 열고 있다.

토론회란 쟁점과 관심사안에 대해 시청자-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이해를 돕기 위해서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토론문화가 미숙한 풍토에서 흔히 그렇듯이 토론회는 말싸움으로 끝난다.

탄핵과 같이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의 경우 참석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시각차이로 그 말싸움은 사실상 말싸움 수준을 넘어 이전투구로 변질하고, 본질과 무관한 교언과 폭언이 판을 친다.

▲지난 12일밤 방영된 모방송 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과 현 한나라당 대변인 전여옥씨의 설전이 관심을 모았다.

국회 탄핵 육탄저지에 앞장섰던 유 의원은 친노의 선봉장이고 전씨는 반노의 대표적 논객이다.

유 의원은 " '노 대통령은 시대정신이 낳은 미숙아라는 어느 분의 평가는 상당히 일리 있다.

노 대통령은 시대가 나아 가야할 바를 체현하고 있으나 좀 미숙하다.

왜냐하면, 그런 시대가 오기 전에 먼저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전씨는 "적어도 대통령직 수행을 위해서는 직책의 위중함을 아는 사람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게 좋다.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운 뒤에 나와야 제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이날 토론의 핵심적인 부분, 국민들의 이해에 아주 중요한 부분에 두사람은 접근했다.

그러나 이후의 공방은 토론회와 무관하게 흘렀다.

유 의원은 "비열한 인용"이라며 거칠게 반응했고 전씨는 "비열하다는 근거가 뭐냐"고 대응했다.

▲또 다른 방송에선 한나라당 의원이 탄핵과 관련 "총선을 앞두고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해서 노 대통령이 탄핵을 기다리며 버티기를 한 것"이라고 말하자 아나운서인 사회자가 "알면서 왜 했느냐?"고 되물어 그 의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의원의 논리적 말솜씨 부족과 사회자의 금도를 넘은 발언이 재밋거리 화제를 넘어 토론회를 제대로 만들어가는데 장애가 된 셈이다.

▲방송 뿐 아니라 여기 저기서 황당한 발언들이 튀어나왔다.

"촛불시위에 나오는 이태백, 사오정 여러분들은 스스로 못나서 실직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대통령 때문이다"(홍사덕 한나라 의원). "열린우리당 지지율 상승은 변태적 현상"(김용균 한나라의원). "지금 20대~30대는 분별력이 떨어진다.

선동이나 하고 부화뇌동하고…"(박상희 민주당의원). "노자는 말했다.

젊은이는 약하고 늙은이는 강하다.

약함은 삶의 무리요, 강함은 죽음의 무리다"(도올 김용옥). 무수한 말이 나왔지만 "이념과 세대의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대 임현진 교수 등)는 말이 말없는 말의 주류가 아닐까싶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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