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의성.청송-"출마자만 봐도 가슴 철렁"

"돈 준다고요. 싫습니다.

누구 신세 망칠 일 있습니까?"

17대 총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군위.의성.청송지역에선 선거사범이 한명도 적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치러진 의성축협 조합장 선거와 청송 부남 군의원 재선거때 몇 푼씩 받았다가 유권자들이 혼쭐이 났기 때문이다.

당시 200여명이 사법처리되면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로는 전국 최다 입건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유권자들은 종전과 달리 오히려 출마자 접촉을 기피하고 있다.

각 후보 사무실 관계자들은 "16대 총선 때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몰려 선거사무실이 북새통이었으나 요즘은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각 후보진영은 선거분위기 띄우기에 골몰하고 있으나 유권자들은 요지부동이다.

유권자 김모(45)씨는 "청송 군의원 재선거와 의성축협 조합장 선거에서 몇만원씩 받았던 유권자들이 연일 검찰과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른 터에 누가 후보 사무실을 들락거리겠느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유권자 신모(47)씨도 "지난해 축협 조합장 선거때 몇만원을 받았다가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샜다"며 "앞으로 다시는 '선거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정상환 대구지검 의성지청장은 "선거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으나 지역에서는 아직 선거사범이 적발되지 않았다"며 "지난해 돈받은 유권자들이 무더기 사법처리된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권자들의 의식이 바뀌자 각 후보 진영도 '금품선거' 대신 공명선거를 치르겠다는 자세로 전환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김재원(金在原) 후보는 "선거법에 관한 한 어느 후보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선거를 치르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상호 비방을 자제하고 축제분위기 속에서 깨끗한 선거를 치르자"고 다른 후보들에게 제의했다.

지난해 치러진 의성축협 조합장 선거에선 금품살포 혐의로 박모(51) 조합장 등 12명이 구속되고 돈 받은 유권자 141명이 입건되는 등 모두 153명이 사법처리됐다.

또 청송 부남 군의원 재선거 역시 군의원 당선자 고모(44)씨와 고씨 부부로부터 돈 받은 유권자 4명이 구속되고 33명이 입건됐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