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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인 이주 가상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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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행렬의 출발을 알리는 나팔이 길게 울었다.

당나라 군장들이 말에 박차를 가했다.

유민의 대열이 느린 강물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불 보따리를 머리에 인 아낙의 소매를 어린 아이가 붙잡고 따랐다.

농기구를 진 늙은이의 등이 꺾일 듯 굽어 있었다.

당나라로 떠나는 패망국 고구려의 유민들이었다.

고구려 멸망 이듬해인 669년 음력 2월. 북국의 바람은 칼처럼 날카롭고 땅은 차가웠다.

소가 끄는 수레에 탄 노인이 불안한 눈으로 먼 산을 보았다.

당나라 군대는 고구려인들이 말이나 소를 끌고 가도록 허용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고구려민을 끌고 가는 당나라 군대는 매일 밤 잔치를 벌였다.

술을 마시고 고기를 뜯었다.

앞서 끌려간 유민들은 당나라 땅 영주에 도착했을 때 살아남은 말이나 소가 한 마리도 없었다고 전했다.

젊은 아낙이 보채는 아이의 입에 마른 젖을 물렸다.

아이는 자지러질 듯 울음을 터뜨렸다.

말 탄 당나라 병사가 창 끝으로 아낙의 등을 밀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고, 아낙을 위로하는 사람은 없었다.

길은 멀고 험했다.

초원의 물로 목을 축인 유민들이 설사를 쏟아냈다.

설사는 멈추지 않았다.

병자와 노인, 아이들이 쓰러졌다.

당나라 군대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한 무리의 병사들이 쓰러진 노인과 아이들을 호위하겠다며 대열에서 벗어났다.

대열에서 떨어졌던 병사들은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대열에 합류했지만 노인과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영주 땅은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소문이 행렬 사이에 파다하게 퍼졌다.

괭이와 호미를 버리는 자가 속출했다.

종자로 챙겨온 씨앗을 씹어먹는 자들도 나왔다.

도망치던 젊은이가 화살을 맞고 거꾸러졌다.

"고구려 보장왕이 항복했지만 압록강 이북의 고구려 성 절반 이상이 저항을 계속하고 있소. 북부여성, 절성, 풍부성, 신성, 도성, 대두산 성, 요동성, 옥성, 백석성 등은 아주 골칫거리요. 이미 항복한 주민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고구려 부흥군으로 변할 가능성이 매우 높소. 이주정책은 더 이상의 피를 부르지 않겠다는 황제폐하의 뜻이오". 이주작전의 책임자인 당나라 장수 이아고는 갈 길이 멀다며 박차를 가했다.

행렬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뒤따르는 자들은 점심 무렵을 훨씬 지나서야 앞선 자들이 아침에 떠난 자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 달이 넘는 이동 끝에 당나라 땅 요서의 영주에 도착했을 때 살아남은 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나라가 669년 한 해에 이주시킨 고구려인의 숫자는 3만8천 호를 넘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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