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중기 고강도 구조조정

중소기업들이 오일쇼크와 환율불안에 따른 경영난 돌파를 위해 외환위기 때보다 더 고강도의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기업들의 자구노력이 급기야 실직증가와 빌딩.토지 임대료 하락 등의 여파까지 몰고 왔다.

건설업체와 자재납품상을 경영하는 김모(42)씨는 최근 사무실을 포항 중심가에서 인근 읍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창고를 합쳐 임대료만 7천만원을 절감했다.

김씨는 "개업 당시 거래처 관계자 등의 시선을 의식해 사무실을 시내에 두었으나 비싼 임대료와 교통체증에 따른 업무지연 등 손실이 커 옮겼다"고 했다.

포항공단 업체를 상대로 기계.장비 제작 및 납품업을 하는 정모(54) 사장은 수주와 납품일정 등을 체크하는 여직원과 업무를 총괄하는 남자사원을 뺀 영업.관리직 6명을 모두 감원했다.

실제 영업과 수주 활동은 정씨 자신이 도맡아 처리하면서도 '체면' 때문에 마지막 수주서 인수나 최종 납품 등 단순업무는 부하 직원들에게 맡기던 관행을 바꿔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챙기기로 한 것.

정씨는 "직원들을 내보내고 지난 3개월간 직접 뛴 결과 매출액은 10% 늘었지만 비용은 종전의 25% 정도로 줄었다"며 "위기에는 형식보다는 실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짠돌이 경영'에 나서면서 포항지역의 경우 연일읍, 오천읍, 동해면 등 시내와 공단에서 10∼20분 거리에 있는 읍면 지역 공터나 장기간 비어있던 건물 등은 잇따라 재활용되는 반면 중소기업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죽도, 상대, 대도동 일대 4층 이하 소형 건물들은 임대료도 떨어지고 공실(空室)도 늘고 있는 것.

공인중개사 박문현씨는 "기업들이 임대료 부담 줄이기에 나서면서 중소형 빌딩을 중심으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또 기업들이 경비절감 차원에서 각종 잡자재 등 소모품의 대구, 부산 등 외지 구매량이 늘고 생산자와의 직거래도 증가추세여서 지방 중소도시 대리점과 영업소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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