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속 수학이야기-디오판토스의 나이

'팔라틴 선집'은 고대 그리스의 대수 문제에 관한 가장 훌륭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500년쯤 문법학자인 메트로도루스에 의해 편집된 이 책에는 모두 46개의 문제가 수록돼 있다.

이 문제들은 그 당시 만들어진 문제라기보다는 예부터 전해오던 것들이 대부분.

여기에는 흥미로운 문제들이 많다.

그 중 하나는 '디오판토스의 묘비'로 유명한 문제. 디오판토스가 살았던 당시 그리스에서는 수의 계산은 노예와 같이 천한 사람이 하는 기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보니 대수(代數)방면에서 뛰어난 학자였음에도 그의 생애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죽었을 때의 나이 외에는 전해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의 제자들이 디오판토스의 수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위와 같은 비문을 새겼다.

디오판토스의 나이가 몇살이었을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함께 문제를 풀어보자. 반드시 수학적 공식에 대입해 답을 얻을 필요는 없다.

수학의 재미는 갖가지 상상력을 동원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나이를 χ로 두고 묘비에 써 있는 대로 차근차근 식을 세워보면

1/6χ+1/12χ+1/7χ+5+1/2χ+4=χ

라는 방정식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풀이해 보면 χ의 값은 84. 결국 디오판토스의 나이는 84세라는 해답을 얻게 된다.

하지만 미지수 χ를 모르거나, 직관적 아이디어가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이는 0이상 100이하 정도이겠지. 나이의 1/6, 1/12, 1/7, 1/2도 인생의 한 시점으로 표현한 것이니 0과 100 사이에 6, 12, 7, 2의 배수와 관계되지 않을까?'.

6, 12, 7, 2의 최소공배수인 84로 확인해보고, 혹시 틀리다면 그 결과의 앞뒤를 재어 수를 조정할 수도 있다.

84의 1/6은 14, 1/12은 7, 1/7은 12, 5, 1/2은 42, 4를 모두 더해보니 디오판토스의 나이는 84세라는 똑같은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수학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단순히 암기한 식이나 '공식으로 해결하기' 전략에만 연연해하기보다는 주어진 문제를 이해하고 위와 같이 직관적 아이디어나 그림으로 나타내어 계산 전략을 세워본다면 한층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주필남(수성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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