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래식 음악인도 매니지먼트 시대

지역 중견 성악가-기획사 '문화사랑'전속계약

클래식 음악인들도 대중적 스타처럼 매니저를 두는 시대가 열렸다.

매니지먼트사에 전속돼 섭외'스케줄 관리 등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활동 중인 중견 성악가 10여명은 13일 대구의 공연기획사 문화사랑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클래식 음악인들이 개인 단위가 아닌 매니지먼트사에 단체로 전속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전속 계약을 맺었거나 전속이 사실상 확정된 음악인은 소프라노 김상은 류진교 윤현숙, 테너 김태만 손정희 이인규 최덕술, 바리톤 김상충 목성상 홍순포,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샤킨(영남대 초빙교수) 등이라고 문화사랑 측은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 음악인에 대한 출연 섭외나 계약 등은 문화사랑을 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사랑은 이들 외에도 지역에서 활동 중인 중견 성악가 10여명에 대해서 전속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문화사랑은 △전속 아티스트들의 스케줄 관리 및 출연계약 대행 △현실적인 출연료 기준 제시 △소속 아티스트들의 문화적 상품성 제고 △중앙 무대 진출 △아티스트별 데이터베이스와 카탈로그 제작'배포 △소속 아티스트 연주회 유료화 △신인 아티스트 발굴'육성 등의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김종원 대표는 "인지도나 연주력은 국내 정상급이지만 기획력이나 에이전트 부재로 활동 영역을 넓히지 못하는 음악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연주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전속 아티스트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의 계약은 전속금 없는 형태여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매지니먼트 보수(fee)는 수입금의 10%이며, 음악인이 소속된 학교의 공식 행사나 음악단체'종교행사의 경우 계약 범위에서 제외됐다.

전속 계약을 체결한 테너 손정희씨는 "그동안 음악인들이 너무나 비현실적인 처우를 받았고 학맥'인맥에 휘둘려 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현역 음악인들이 음악계의 중심이 되는 풍토가 생겨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인들이 회사 단위로 전속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국내에 유례가 없어서 정착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전속 계약은 음악인 스스로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사가 표출된 것이기 때문에, 보수적 색채가 강한데다 학맥'인맥을 많이 따지는 대구'경북 음악단체장들의 거부 반응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화사랑 측은 전속 음악인들의 출연료가 현실화되려면 지금보다는 최소한 20~30%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종원 대표는 "이 제도의 성공 관건은 지역 음악계의 이해"라며 "사용자(음악단체)들과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일을 점진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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