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경영학 교수와 문화예술. 어찌 보면 그다지 어울리는 만남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그동안 제조업이 누렸던 자리를 문화산업이 대신하고 있는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 이 둘의 만남이야말로 절묘한 궁합이다.

그런 점에서 예술이라는 옷을 입은 국내 '문화'에 산업이라는 액세서리를 선물한 사람 중의 하나로 경북대 경영학부 이장우(48) 교수가 꼽히는 것은 아귀가 맞는 결과가 아닐까. 한마디로 '문화도 돈이 된다'는 개념을 일찍이 설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벤처산업이 전공인 이 교수가 문화로 외도를 한 계기는 지난 2000년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와의 성공적인 연계성을 직접 확인하면서부터다.

"모든 산업에 벤처의 장점을 스며들게 하면 어떨까 생각하던 차에 미국에서 문화산업의 성장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영화, 공연, 게임, 음반 등 문화산업이 가지는 파괴력은 대단했습니다.

"

귀국하자마자 이 교수는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여러 문화계 인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 경우 목숨을 걸 수 있는 분야가 이거다 싶었죠. 게다가 제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었고. IT 만큼이나 CT(문화컨텐츠)산업의 효과가 엄청나 차세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 미래산업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

지난해 우리 영화의 최대 히트작인 '살인의 추억'=경제적 부가가치가 중형차 2천800대 생산효과와 동일, 가수 보아=1천억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 온라인게임 리니지=지난해 1천571억원 매출 예상…. 지난해 12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참여정부의 문화산업 정책비전 보고회'에서 문화산업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강조하며 내놓은 이 같은 수치들은 그의 생각을 그대로 적중시킨 결과물이었다.

결국 이 교수의 발품의 대가는 지난 2002년 11월 '문화산업포럼'이라는 민간 모임을 탄생하게 했다.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를 수년간 공연하고 있는 송승환 PMC 대표, 영화제작·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이강복 대표, 영화제작사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 김영 동아뮤직 대표 등 국내를 대표하는 문화산업 CEO 5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이 포럼은 '문화예술계의 종합벤처'.

지난 1988년 경북대로 온 이후 16년째 대구에 살고 있는 그는 대구가 활기찬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으로 문화산업을 꼽는다.

"제자들과 얘기하다보면 대구를 떠나고 싶다는 반응들이 많아요. 그만큼 젊은이들이 살기엔 지역여건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겠지요. 대구는 예로부터 문화적인 저력과 창의력이 뛰어난 곳입니다.

왜 이런 강점을 썩히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문화계 마당발인 이 교수는 자연스레 대구시의 문화산업정책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을 벗어나서는 처음으로 대구에서 문화산업 정기포럼이 열린 것도 그의 숨은 노력 덕이다.

또 내년 1월 뮤지컬 '맘마미아' 대구공연과 게임테마파크 민자유치 등에도 산파역을 톡톡히 해냈다.

"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유산이 부족합니다.

결국 새로운 도시형 문화산업 쪽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지요. 그런 차에 최근 대구시가 IT와 CT분야를 문화산업발전계획의 두 축으로 선정한 것은 바람직한 전략이지요."

이 교수는 제2의 고향인 대구의 문화산업발전을 위해 서포터 역할을 충실히 하겠단다.

"국내.외 문화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대구를 각인시킬 수 있도록 계속 다리를 놓을 생각입니다.

그것이 지역 대학교수가 할 수 있는 일이겠죠. 대구시민들이 가진 문화적인 끼와 안목, 그리고 구매력이라면 조만간 아시아 최고의 문화산업도시로 부상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문화산업이 대구의 힘이다'라고 강조하는 이장우 교수의 바람은 언제쯤 빛을 볼 수 있을까.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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