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의 파업이 한달 꼬박 이어지고 있지만 해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노사는 인력충원, 조직개편 등 쟁점을 놓고 팽팽히 맞서 있으면서도 의견차를 줄이기 위한 대화 노력은 뒷전이다.
파업 한달 동안 노사가 가진 협상은 실무 및 본교섭 각각 4차례뿐이다.
게다가 지난 9일의 밤샘 협상 이후에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협상도 열리지 않고 있다.
노사가 만나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도 노사는 서로 항복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 파업 사태 해결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사의 노력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 대구시 부시장과 대구노동청장,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나서 잇따라 중재를 했지만 이마저도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노사 당사자들이 '일방 수용' 아니면 '상황 지속'이라는 극단적인 입장과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무위에 그쳤다.
그러나 노사 모두 대구시의 중재안에 대해 일부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어떻게든 교섭이 재개되면 파업 해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않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노사 현안은 뭔가
파업 초기에는 노사 협상의 주요 쟁점이 크게 네가지로 정리됐다.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근무형태 및 인력충원, 휴무일수 △지하철 2호선 개통 관련 조직개편 △임금 인상 △조합원 징계 문제이다.
그러나 파업이 한달 동안 이어지면서 이들 쟁점은 인력충원 등 주5일 관련 사안과 조직개편 등 두 가지로 좁혀졌다.
물론 임금과 징계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인력충원 등 두 가지 쟁점에 대해 노사가 합의할 경우 해결 가능성이 높다는 것.
또 이는 대구시가 더 이상의 파업 장기화를 막기 위해 지난 17일 노사 대표를 만나 권고한 최종 중재안의 내용이기도 하다.
시는 △지하철 1호선의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데 필요한 인력을 노사 양측이 협의해 우선 증원할 것 △1, 2호선의 통합운영 조직안은 별도의 중재위원회를 구성, 시의 재정 여건을 고려해 최종안을 마련할 것 등 두 가지를 노사 양측에 권고했다.
그러나 노사는 대구시의 중재안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인력 충원 규모와 시기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교섭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주5일제 시행에 따라 1호선 192명 우선 증원, 3조2교대 21일주기 근무, 지정 휴무일수 52일, 내년 초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공사는 1호선 59명 증원, 3조2교대 6일주기 근무, 지정휴무일수 연간 20일, 2호선 개통시 시행 등으로 맞서고 있다.
▨노사 대립 이유는
노사는 대구시의 중재안 중에서 조직개편 및 민간위탁, 외주용역 등은 중재위원회를 통해 마련된 결과에 따른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인력 충원은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특히 인력 충원 규모에 대해 노사가 각각 192명과 59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공사 측은 일단 주 40시간제 시행에 따른 인력 충원 규모를 결정한 뒤 수당 등 보전을 통해 내년 9월까지 임시 시행하고, 2호선 개통에 맞춰 실제로 증원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공사 측 주장대로 할 경우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여론만 나빠질 뿐이라며 수당 보전보다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 인력을 채용, 휴무일수를 확보해 노동조건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노조가 안전을 내세워 조직개편, 민간위탁 등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해와 이 문제를 중재위원회에서 협의할 것에 동의했는데 이제는 인력과 휴무일수를 더 늘려달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내년 9월의 2호선 개통에 맞춰 인력을 보강하겠다는 것은 결국 증원을 안하겠다는 말과 같은 만큼 내년 1월부터라도 인력을 확보, 온전한 주5일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업, 언제 끝나나
현재로서는 노사 모두 양보안도, 교섭 일정도 없어 파업이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인력 충원 문제에 대해 노사가 입장 차를 좁힐 경우 교섭이 급진전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노사의 수정안 제시 및 교섭 재개가 이번 지하철 파업 사태 해결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파업이 더욱 길어질 경우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직장 폐쇄나 운행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다음주부터 초.중.고교 및 대학이 개학함에 따라 시민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 이번 주말이 노사 교섭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이번 주말에 교섭이 재개될 경우 다음 주중에라도 타결 가능성이 있으나 교섭이 열리지 않으면 파업이 다음달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교섭의 물꼬를 트는 게 관건이지만 더 이상 노사의 양보안이 나오지 않고 있고 시, 노동청, 민노총 위원장 등 동원 가능한 외부 수단도 이미 대부분 사용한 만큼 교섭 돌파구를 찾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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