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래 불안이 자금 流出 부추겨

국내 자본의 해외 도피 행각이 심각한 수준이다. "LA에 집 하나쯤 마련해 놓자"는 부유층의 우스갯소리가 점차 현실화되 있는 이런 몰(沒)국가적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국내에서는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백약(百藥) 처방이 동원되고 있는 실정인데 밖으로 빠져나간 자금은 오히려 해외 시장을 달구고 있으니 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것이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에서 "한국의 일부 부유층이 돈보따리를 들고 한국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물론 자금 이탈은 벌써부터 감지된 현상이다. 이미 500억원 대에 달하는 소위 '환치기'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으며, 금융감독원은 불법으로 해외에 송금한 뒤 부동산이나 회사 등에 투자한 40여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업인들조차 "정부의 친노(親勞) 성향이 기업 활동을 위협한다고 인식, 해외 이주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특히 해외로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노후 대비 수단으로 미국 LA나 뉴욕, 중국 상하이 등지에 고가의 주택이나 상점을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LA 코리아타운 주변 상점 및 주택 가격이 지난 3년 동안 두 배로 상승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부동산 국내 '거품'이 모자라 해외 '거품'으로까지 치닫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해외 송금 창구 단속만으로 자금 이탈을 막을 수 없다. 통계에 잡힌 불법 자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자본이 용처(用處)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국내 단기자금은 약 800조원 규모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건전 투자쪽으로 돌리느냐가 해결의 관건이다. 정치적.경제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자금 흐름이 왜곡될 수밖에 없음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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