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의 부정을 규탄하
는 항의 시위가 24일에도 계속됐다.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예프 시내의 '독립광장'에서는 눈이 내리는 혹한의 날씨
속에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각)부터 빅토르 유시첸코 후보를 지지하는 수만명의 인파
가 모여 시위를 계속했다. 지난 23일 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정부 청사 앞까지 진
격했던 시위대는 이날도 1천여명이 대통령 집무실 전방 50m 앞까지 다가가 '유시첸
코 대통령!' '쿠츠마는 물러나라'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유시첸코를 대통령으로 선언한 르비프시(市)에서는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를
떠나라"며 극단적인 반정부, 반러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유시첸코는 이날 독립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향해 "중앙선관위가 다른 인사들로
구성되고 외부 압력이 없다면 재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21일 치른 선거는 야누코비치에 유리하도록 조작됐다"고 지적한뒤 "선거
결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2차 투표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혼란 정국 타개를 위해 지난 23일 밤 레오니드 쿠츠마 대통령이 제안했
던 유시첸코,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간 3자 회동은 잠정 무산됐다.
유시첸코측은 야누코비치 총리와는 만나지 않을 것이며 쿠츠마 대통령과는 (유
시첸코에게) 평화적인 권력 이양만을 놓고 협상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리나 게라쉔코 대변인은 "쿠츠마 대통령이 부정 선거가 자행됐음을 먼저 인정
해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면서 "하지만 쿠츠마측은 24일 아무런 접촉을 해오지 않
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타르타스 통신은 야누코비치와 유시첸코 진영이 사태
해결을 위한 비공개 협상을 시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밖에 유시첸코 시위대에 맞서 야누코비치를 지지하는 도네츠크 등 동부지역
시민들도 24일 집회를 갖고 중앙선관위가 야누코비치의 승리를 선언할 것을 요구,
양 후보를 둘러싼 국론 분열은 확산되고 있다.
시위 발생 사흘째를 맞아 미국과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의 선거 부정을 비난하
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선거가 공명하거나 자유롭지 않았으며 국민
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선거 부정을 철저히 조사
하라"고 요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를 비롯해 솔로몬 파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도 "이번 대선에서 대규모 부정
이 저질러졌다"며 평화로운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그루지야 야당은 유시첸코를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축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 각국은 자국 주재 우크라
이나 대사를 불러 선거 부정에 항의하는 한편 대선 결과 발표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
는 등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다. 유럽 각국은 또 오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예정된 EU-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대선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을 것을 고
려하고 있다.
특히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는 우크라이나의 대치 정국을 해소하기
위해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중재에 나서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유시첸코의 말을 인용해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예프스키 폴란
드 대통령이 OSCE 전권 중재자 자격으로 우크라이나를 찾을 것이라고 24일 보도했다.
크바스니예프스키 대통령은 쿠츠마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전화 통화를
갖는 등 중재 의향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크라이나 중앙선관위는 24일 오후 4시(현지시각)에 최종 선거 결과를 발
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99.48%가 개표된 가운데 야누코
비치 총리가 49.39%, 유시첸코 후보는 46.71%를 얻고 있다.
야누코비치 총리는 폭력시위를 우려하며 "합법화될때까지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24일 우크라이나 키에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키발로프 선관위원장(왼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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