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건 신부 후손 4형제 모두 신부됐다

누이 미숙 씨는 이탈리아서 수녀로 활동

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司祭)인 김대건(金大建·1822-46) 신부의 후손인 형제 4명이 모두 사제 서품을 받게 됐다.

대만 신주(新竹) 교구 소속 김현태(42·세례명 이냐시오) 부제(副祭·사제가 되기 직전의 성직자)는 4일 오전 10시 대만 타이베이 푸런대학(輔仁大學) 중미당(中美堂)에서 사제 서품을 받는다.

김 부제의 형인 선태(46·세례명 야고보) 씨는 현재 대전 성남동 성당 주임신부로 있고, 동생 용태(33·세례명 마태오) 씨도 대전교구 소속 신부다. 4형제의 막내인 성환(30·세례명 미카엘) 씨 역시 대만 신주 교구 소속 신부로 있다.

김 부제가 신부가 되면 전체 8남매 가운데 4형제가 전부 사제 서품자가 되는 것이다. 한국인 신부가 2002년 기준으로 3천여 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한 집안의 4형제 모두 신부가 되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김 부제의 작은 누나인 미숙(44.세례명 율리아나) 씨는 성가소비녀회 수녀로, 현재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다. 여동생 한 명은 수녀는 아니지만 동정녀(童貞女)로 남아있다.

이들 형제는 왜 앞다퉈 험난한 고행의 연속이라는 신부 되기를 자청한 것일까. 일반으로서는 언뜻 보면 이해가 안 가지만 이들이 김대건 신부의 방계(傍系)후손이라는 것을 알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들은 김대건 신부를 배출한 김해 김씨 천주교 성인공파(聖人公派) 후손이다. 천주교 성인공파는 김해 김씨 안경공파에서 지난해 분파했고,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인 김진후(1735-1814) 순교자를 제1대 파조(派祖)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은 김대건 신부의 조부(祖父)인 김택현의 7세손이자, 김대건 신부의 아버지 김제준의 동생인 김제철의 직계인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있다 정년퇴임한 아버지 종원(76)씨의 영향도 컸다. 신부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집안의 극심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던 종원 씨는 평소 "아들을 낳으면 하느님께 봉헌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

신앙심의 투철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이들 형제는 밥은 거르는 일은 있어도 묵주를 놓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4형제 중 가장 이른 1983년 신학교(서울 가톨릭대)에 들어간 김 부제는 그동안 군 입대, 이탈리아 연수, 사회복지학 공부 등으로 가장 늦게 신부가 됐다. 지금은 동생 성환 신부와 함께 천주교의 불모지인 대만에 복음을 전파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리앤허바오(聯合報), 중궈시바오(中國時報) 등 대만 신문은 "한국에서 온 형제들이 대만에 천주교를 알리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김 부제는 12일 오전 10시 성남동 성당에서 첫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7일께 일시 귀국한다. 이날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는 미숙 씨를 뺀 가족 전체가 한 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김 부제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대건 신부께서 한국에 천주교를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면, 후손인 내 사명은 척박한 대만땅에 역(逆)선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곳 기후 때문에 힘들지만 대만인 가운데 한 명이라도 더 구원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도록 다른 형제들과 함께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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