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우리와 문화적으로 유사하다. 한국전쟁때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 안남미(安南米)를 공급해 준 나라가 베트남임을 잊을 수가 없다. 질은 썩 좋지 않았지만 그 당시 우리에겐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
그 때만해도 안남미라면 냄새도 나고 푸석거리는 밥맛탓에 매우 인식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베트남을 여행하는 동안 먹어 본 밥은 그렇게 거부감이 없었다. 품질이 좋은 쌀은 위에 부담이 없고 소화가 잘되는 맛있는 쌀로 오히려 우리나라 쌀보다 먹기가 좋은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지금도 베트남은 쌀 생산량이 세계에서도 2, 3위권에 있으며 수출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기구의 모양이나 도구 사용방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농사짓는 방법도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하다.
베트남의 가정과 사무실, 상점 등지에서는 자신들이 흠모하는 신을 모셔놓고 향을 피우고 절을 하고 매일매일 꽃을 갈아 꽃병에 꽂는 모습들은 6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도 성행했던 민간신앙과 비슷하다. 베트남의 토속신앙은 도교와 유교 및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새집을 짓는다든가 길흉사가 있을 때 고사를 지내고 굿을 하는 등의 풍속 역시 우리와 닮았다.
쌀을 주식으로 하고 젓가락을 사용하는 문화도 우리와 같고 조상을 숭배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연장자를 존경하고 제사풍습을 가지고 있는 것도 거의 같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이나 새해 첫 날 세뱃돈을 아이들에게 주는 풍습 또한 우리와 같다.
베트남의 거리를 거닐다보면 가끔씩 우리나라의 골목길을 거닐고 있는 착각속에 빠져들 때가 있다. 한 집 건너서 하나씩 들어서 있는 미용실이나 발마사지 숍, 피부 미용숍 등에는 동네 아줌마들이 소복소복 모여 있다. 생긴 모습이나 행동하는 것으로 보아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한국 사람들과 똑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습도가 많고 기후가 더운 나라이고보니 오래 걷는 것은 무리다. 발에 무리가 간 날엔 반드시 발의 피로를 풀어 주어야 한다. 기후에 적응이 되어 있지 않은 관광객은 자칫하면 피로가 겹쳐져 병을 얻기가 일쑤다.
호치민이나 하노이 등 도시를 거닐다보면 도시마다 색다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특히 밤거리는 더욱 화려하다. 어느 날 호치민에서 일행과 함께 발마사지 숍에 들렀는데, 아가씨들은 한국아저씨들이 왔다면서 매우 반갑게 맞이했다. 숍 규모는 매우 작고 허술 하기 짝이 없지만 서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발 마사지를 받아보기로 하였다. 허술한 간이침대에 일행 셋이 나란히 누웠다.
아가씨들이 마사지를 시작했는데 한 아가씨만 유독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일행 중 한 명의 몸집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갸냘픈 아가씨가 마사지를 하기에는 무척 힘이 들었을터, 피할 수도 없는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그러나 그녀들이 진심으로 고객을 위해 친절을 베푸는 배려는 잊을 수가 없다.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의 일상이나 다름없는 친절문화이다. 어떤 가게를 이용하도 마찬가지다. 화를 내면서 손님에게 푸대접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친절하다.
전 계명대교수·사진작가
사진: 베트남의 가정과 사무실 등지에서는 자신들이 흠모하는 신을 정성껏 모시고 기도하는 민간 기복신앙이 발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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