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의 광주가 민주화의 상징이라면 2004년의 광주는 역동성 그 자체이다.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의 공공건물인 광주시 신청사와 월출동의 광주첨단단지는 광주의 발전과 미래를 보여주고도 남는다.
삼성전자 백색 가전공장, 기아자동차 공장, 광산업 특화단지 등은 얼마나 광주가 큰 잠재력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광주시 공무원이나 행정의 모범사례를 들 때가 있다.
그러면 대구시 공무원들은"어떻게 광주와 대구를 비교할 수 있습니까?"라며 불쾌해 한다.
물론 인구로 보면 140만의 광주가 250만의 대구를 감히 넘볼 수 있는가? 그러나 최근에 광주를 방문한 분들이라면 광주의 잠재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분은 거의 없다.
광주의 혁신역량은 대구를 앞선다.
광주는 1인당 GDP도 880만 원으로 대구의 720만 원을 능가한다.
인구 일만 명 당 연구비는 12억 원으로 대구의 9억 보다 3억이 많다.
중앙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실태도 광주는 연간 8억3천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대구는 3억9천만 원을 지원받는데 그쳤다.
특허건수도 광주는 1.8건으로 대구의 1.3건을 앞선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러한 지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떻게 광주가 대구를 앞서갈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우리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오늘날 광주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한목소리를 내는 지역의 결집된 힘이다.
국책사업이나 정부지원이 필요할 때면 이들은 시민단체를 앞세우고 정부기관을 방문해 예산지원이나 사업당위성을 설득해서 지원을 얻어낸다는 점이다.
광산업육성, 문화도시 지정, 첨단산업단지 개발 등이 모두 이런 일치된 지역의 목소리의 결과이다.
둘째, 일관성 있는 정책이다.
대구는 전략산업으로 섬유산업에 수천 억 원을 갖다 부었지만 생각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반해 광주는 1994년부터 광산업에 집중투자해서 광주과기원, 대학, 기업, 시정부가 협력해서 괄목할 만한 기반을 마련했다.
조선대에 실증단지를 오픈하고 광산업관련 학과를 개설해 인력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광주시청 주차장에 설치된 100㎿ 급 태양광발전시설을 보더라고 이들의 앞선 마인드를 읽을 수 있다.
셋째, 광주도 위기가 있었지만 이를 잘 극복해 냈다.
아시아자동차가 IMF 구조조정으로 문을 닫았지만 정치적 해법으로 기아자동차가 인수해 공장을 재가동시키고, 삼성전자의 백색 가전 공장은 광주첨단산업단지의 핵심공장으로서 수원의 삼성전자 백색 가전생산라인이 모두 광주로 이전함으로써 수원의 2차, 3차 부품업체들도 이전해 오고 있다.
대구의 삼성상용차가 폐업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넷째, 문화도시 광주가 부럽다.
학회나 회의로 광주를 방문하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남도 창이나 연주를 들려준다는 점이다.
물론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남도의 문화로서 이 지역사람들에게 녹아들어 남도사람이라면 춘향가나 흥부가 한 소절 정도는 할 줄 아는 멋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오랫동안 외지인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문화도시로 지정을 받고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다섯째, 광주의 공무원이 부럽다.
필요할 때는 시민이든 정치인이든 힘을 합쳐 중앙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아내고,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의견을 수용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부럽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살펴보니 광주의 성공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지역의 폐쇄성과 이익집단의 이전투구식 행태 등 지역의 후진성은 지역발전을 방해하고 이는 곧 지역경제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새해에는 대구시도 기구개편과 더불어 시장의 새로운 혁신의 마인드가 기대된다.
이러한 흐름을 더욱 다잡아서 공무원은 더욱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굴과 팀워크의 발휘,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전략 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시민들도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힘을 합쳐 노력해야만 옛날의 제3의 도시라는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권오상 상주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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