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업고 정원 맞추려 중3 사전 조정

일반고 미달 원인과 담합대책

올해 대구의 고교 입시 결과 실업계 고교는 정원을 꼭 맞춘 반면 일반계 고교는 미달사태를 빚었다.

이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중·고교의 담합이 빚어낸 피할 수 없는 사태로 지적된다.

대구시교육청은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 같은 상황에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고교 간 서열 고착화, 실업계 고교의 경쟁력 약화 등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실업계 고교 지원 실태=대구의 실업계 고교 모집 인원은 전체 고교생의 25%선. 특목고나 특성화고, 전통 있는 실업계고 등에는 일반계 고교 합격선보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상당수 지원하지만 대부분 중학교 내신 성적 상위 75% 이하의 학생들이 지원한다.

중학교에서는 고교별로 지원할 인원을 파악하지만 실업계 고교의 서열과 합격선이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수를 피하기 위해 여기에 맞춰 조정한다.

실업계 고교들은 지원할 학생의 숫자를 사전에 중학교로부터 종합해 정원에 모자란다고 판단되면 중학교마다 찾아다니며 지원을 호소한다.

미달 위기에 몰린 대학들이 고교를 찾아다니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상황과 마찬가지다.

△일반계고 미달 원인=올해의 경우 중학교 졸업생이 증가해 일반계고 정원이 2천230명 늘어나 실업계고 지원 성적대도 내려가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내려갔다.

실업계고에 지원할 학생이 정원보다 많아진 셈. 상위 실업계 고교부터 정원을 맞춰가다 보니 그동안 미달이 잦던 중·하위 고교들까지 정원을 채웠다.

경쟁률은 1.28대1을 기록한 조일공고를 제외하고 모두 1.0~1.09대 1에 딱 맞춰졌다.

미등록 인원을 감안하면 정원을 절묘하게 맞췄지만 실업계고에 지원할 수 없는 최하위권 학생들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 학생들은 경신정보고, 한남미용정보고 등 학력인정시설로 몰려 이들 학교까지 정원을 거의 채웠다.

이러다 보니 예년에 실업계고와 학력인정시설에서 생겼던 미달 인원이 일반계고에 고스란히 발생할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실업계고 경쟁력 약화=대학들의 수시모집 우대, 동일계 진학 확대 등으로 실업계 고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학입시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게 됐다.

고졸 근로자 부족으로 취업에서도 대졸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여건이 바뀌고 성과가 좋아지자 실업계 고교들도 저마다 교육 활동, 진학·진로 지도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각 고교가 아무리 좋은 결과를 내도 고착된 고교 입시 서열을 바꾸기는 대단히 어렵다.

한 고교 부장 교사는 "3년째 수시모집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는데 신입생들의 성적은 변화가 없다"며 "고교 입시를 경쟁 체제로 바꾸지 않는다면 교사들의 사기와 전체 실업계고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대구시 교육청의 방침=교육청 관계자들도 "문제를 오래 전부터 인식하고 있지만 오랜 관행을 깨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실업계고의 전반적인 여건이 좋아진 만큼 내년에는 제도를 바꾸겠다고 확언했다.

교육청은 우선 실업계고 지원을 전면 온라인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학입시처럼 학생들의 성적은 교육청에서 관리하다가 지원이 끝난 후 고교별 전형 때 통보해 주면 중·고교 간의 담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것. 한걸음 더 나아가 학생 개인이 인증 절차를 거치면 개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교육청은 또 현재 특목고·특성화고와 전기 실업계고로 분리된 모집 시기를 내년부터 일원화해 실업계고 사이의 경쟁을 유발키로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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