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군사독재시대로 되돌아간 言論정책

정부가 총리 훈령으로 추진 중인 '취재 지원에 관한 기준안'은 지원이 아닌 통제다. 힘겨운 민주화로 쌓아 올린 언론 자유를 짓밟는 짓이다. 정부가 어떻게 언론의 보도 시점을 자의적으로 결정한다는 건가. 정부가 엠바고(보도 유예)와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정하고 이를 어긴 언론사와 기자는 일정 기간 불이익(보도 자료 제공 및 인터뷰 거부)을 주겠다는 것은 군사독재시대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엠바고는 주로 국익과 국민의 안전 같은 특정 사안에 대해 정부가 엠바고를 요청하면 보도진이 자율적으로 협의해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기자들이 엠바고가 국민의 알 권리보다 우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거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론을 불편해 하는 정부 속성상 행정 편의와 정권 이익에 사로잡혀 늘 엠바고를 걸고 싶은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 외국은 물론 우리 언론 역시 보도 통제와 여론 조작으로 흐를 위험을 막기 위해 엠바고를 최소화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결정권을 정부 관리들이 손에 쥐겠다고 하니 보통 주제넘은 짓인가.

비보도 역시 공익을 미명으로 내세워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다는 점에서 악용의 소지가 많다. 정부가 비보도의 명문화를 이유로 제멋대로 나올 경우 기자들은 막아낼 재간이 없다. 지난날 군사정부시절에서도 엠바고와 비보도가 구분도 없이 '보도 지침' '언론 검열' 같은 반민주적 형태로 나타나 신문지면을 난도질했다. 그런 암흑 시대를 끔찍해 하는 국민에게 이 정부는 지금 언론 자유의 시계바늘을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더 웃기는 것은 정부 브리핑에 평균 주1회 불참하는 기자는 출입증을 뺏겠다는 발상이다. 앞뒤 꽉 막힌 정부다. 기자는 브리핑이 충실하면 오지 말라해도 간다. 그리고 출입증이 무슨 시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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