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어느 특정지역을 규제해서 다른 지역이 도움을 받는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수도권 규제가 곧 지방 투자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서울시장 당시의 지론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 이 말대로라면 수도권 공장 신'증설, 사회간접시설 확충은 마침내 때를 만난 것이다. 지방이 반대하는 수도권 집중이 급물살을 타게 생긴 것이다.
이 당선인은 그러면서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많은 기업투자와 혜택이 가는'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수도권보다 유리한 지방 경제여건을 만들도록 정부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수도권에 사람과 돈, 물류가 몰리게 풀어놓고는 어떻게 지방에도 투자가 활발하도록 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수도권에는 100대 기업의 90% 이상이 몰려 있다. 지금도 기업들은 수도권을 비집고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다. 이런 마당에 수도권을 활짝 열어놓고 무슨 수로 기업이 지방을 택하도록 하겠다는 건가. 단지 땅값 싸다고 기업이 움직인다고 보는가.
물론 지방에도 투자 매력이 넘치게 하는 것은 정부의 도리다. 죽어 가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 수도권과 상생을 이끄는 정책적 묘안은 당연히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어제 회견이 지방을 우선 달래려는 의도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새 정부는 단순히 정책에서 그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방 경제가 살아나는 결과에 이르기까지 책임져야 한다. 지방에 공장이 돌아가고 일자리가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이 당선인을 믿고 찍은 지방민에 대한 보답이다.
지방의 거센 반대에 아랑곳 않고 수도권을 푸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불 보듯 뻔한 후유증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어제 '지방 경제를 균형 있게 하겠다' '수도권 규제를 당장 풀지 않겠다'고 한 말이 총선용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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