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을 이틀 앞두고 휘영청 밝은 달빛이 양반네 한옥 기와지붕 처마끝에 걸렸다. 이내 달빛은 마당 연못에 빠지고 별들도 총총 제 빛을 자랑이라도 하듯 반짝인다. 일상에 찌든 사람들의 발걸음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하면 고택은 그냥 '집'에서 '문화'가 된다.
17일 전국 최고의 고택 체험지로 유명한 안동의 법흥동 고성 이씨 탑동종택에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 '고택 음악회'가 마련됐다. 음악회에는 200여명이 찾아 양반네 앞뜰과 나무 아래, 높다란 마루에서 펼쳐진 음악의 향취에 흠뻑 젖어 들었다.
(사)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가 전통한옥 체험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한 이날 행사는 '안동나드리, 樂 멋뵈기, 맛뵈기'란 주제로 전통음악과 현대감각에 맞는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전주시립국악단원과 전주판쇠 합창단 등이 주축이 된 이날 음악회에서는 대금독주 '청성곡'을 비롯해 박종서류 아쟁산조, 판소리, 해금독주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 베사메 무쵸, Over the rainbow, Frontier, 천년학, 꽃의 동화, 사모곡, 제비노정기 국악가요, 방황 등이 연주돼 관람객들을 우리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에 빠져들게 했다.
가족과 함께 음악회에 참가한 김정옥(42·안동 용상동)씨는 "고택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안동의 멋과 전통음악의 아름다움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기회"라며 "산들거리는 봄바람과 휘영청 밝은 달빛, 한옥이 한데 어우러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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