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출신 한국전.월남전 참전 용사들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사후에 찾아갈 국립묘지가 마땅찮았다. 서울.대전에 '국립 현충원'이 있지만 거리가 멀었다. 사정이 변한 것은 2001년 '영천 호국원'이 문을 열면서였다. 그 몇 달 뒤에는 호남의 임실에도 호국원이 세워졌다. 둘은 2006년 이후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영호남 또한 가까운 곳에 국립묘지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 시기는 6.25 참전자들이 연로해져 점차 세상을 떠나기 시작하던 때와 맞물렸다. 또 당시는 후손들의 묘지 관리가 갈수록 힘들어져 화장이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져 가던 때이기도 했다. 적잖은 참전 용사들이, 비록 '화장 후 매장' 방식이긴 하지만 국가가 묘지 관리를 맡아주는 국립묘지 안장을 선호하게 될 여건이 성숙한 것이다. 그리고 6.25 참전자들이 7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영천 호국원의 묘 자리가 바닥났다. 지난 7년여 사이 2만2천여 위가 가득 찼다는 것이다. 현지 책임자는 더 이상 확장은 않는다는 게 보훈처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저께는 15억 원을 들여 1만2천 기를 안치할 수 있는 '충령당' 리모델링 공사를 끝냈다. 앞으론 납골당에 안치하라는 말로 들린다.
이런 정부 방침의 바탕에는 더 이상 묘지를 늘려 가서는 안 된다는 일반론이 자리하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게 국가를 위해 몸 바친 분들에게까지 적용할 이치는 아니다. 국립묘지는 오히려 그 공덕을 드러내고 받들려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는 올 4월 추가 개장한 이천 호국원을 묘역으로 조성한 것과도 상치된다. 영남에 제2 호국원을 만드는 등 묘역 확장에 나서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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