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한복①-한복도 개성시대

파스텔톤 색상으로 화사하게…물빨래 가능한 개량한복 실용적

명절이라고 한복을 챙겨 입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 대신 한복을 패션으로 챙기는 사람은 많아졌다. '똑같은'한복 대신 새로운 디자인으로 나만의 한복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서문시장 4지구. 한복가게들이 밀집해있는 지역이다. 4지구만 해도 한복가게는 300여곳을 훌쩍 넘어서고 서문시장 전체로는 1천여곳이 넘는다. 전국적으로 이만큼 한복가게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곳도 드물다.

한복에 있어 명절 경기를 운운하던 시절은 지났다. 명절을 앞두고 아이들 한복을 판매하는 가게만 북적일 뿐, 명절이라고 한복을 새로 해입는 사람은 이제 찾기 힘들다는 것이 4지구 상인들의 푸념이다.

대신 전통과 함께 저마다 독특한 느낌의 한복을 앞세운 가게들이 눈에 띈다.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것은 황진이식 한복. 드라마 황진이의 방송이 끝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전히 황진이식 화려한 한복이 눈에 띄는 것은 당시로선 그만큼 파격적인 패션이었음을 반증한다. 특히 현대화된 퓨전 사극의 유행으로 한복의 패션도 눈에 띄게 진일보하고 있다.

요즘 한복업계에선 조선후기 양식의 저고리가 유행이다. 또 색상이 파스텔톤으로 한껏 화사해진 것도 특징. 겉저고리를 속이 비치게 한 디자인 등 과감한 디자인들도 선보이고 있다.

가장 변화가 심한 것은 남자 한복. 검정'감색 일색이던 두루마기 색깔이 파스텔톤으로 화사해졌다. 남자 바지 디자인에 고무줄, 지퍼가 들어가 입기 편해진 것도 최근이다. "양복보다 오히려 편하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

두루마기 자체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대신 배자를 입어 간편함을 강조하는 것이 트렌드. 남자 한복 역시 드라마 주인공들의 패션을 따라가고 있는 것. 두루마기의 경우 여자는 방한용으로 입지만 남자는 예복에 포함되는 품목이어서 명절 풍속도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복업계 관계자는 "배자 차림으로 세배를 드리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량한복도 명절에 입기 좋은 패션. 요즘은 물빨래가 가능한 소재가 많아 일을 해야 하는 주부들도 마음 편하게 입을 수 있다.

최근엔 각종 수와 다양한 색감 등을 활용한 화려한 한복이 많다. 하지만 화려함과 유행만을 좇을 경우 자칫 싫증나기 쉽다는 것이 전문가의 우려다. 한복 상인들은 한복을 고를 때 "무조건 유행을 따르기보다 여백의 미를 갖추되 한 두군데 포인트를 둔 디자인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신랑·신부 한복 패션-얼굴색에 어울려야 후회 안해

한복은 신부의 경우 저고리, 치마에 두루마기 또는 당의를, 신랑의 경우 바지, 저고리, 배자에 두루마기 또는 답호(조선시대 관복과 군복에 입었던 소매 없는 겉옷)를 선택하는 것이 기본 구성이다.

신부 한복은 녹의홍상의 전통을 지키는 추세며, 신랑 한복은 파스텔 컬러에서 채도가 높은 차분한 색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배색을 달리해 다채로운 느낌을 표현하며 입는 사람의 체형이나 이미지에 맞춰 깃 너비와 모양, 배래 너비, 저고리 길이 등을 달리한다. 하지만 같은 녹의홍상이라도 유행에 따라 색상이 바뀐다. 전통적으로 빨간 치마에 초록 저고리를 입는 것이 관례이지만 유행따라 치마, 저고리 색상이 수시로 변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

한때 진초록 저고리가 한동안 유행했지만 '초록이 진하면 시집살이가 고되다'는 속설이 돌면서 연노랑 저고리 바람이 불기도 했다. 치마 역시 똑같은 붉은색일지라도 검붉은 빛깔, 진분홍, 파스텔톤의 분홍 등 수시로 변하는 것이 한복 패션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행보단 자신의 얼굴색에 어울리는 색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동안 인기였던 금박, 자수 장식에서 탈피해 기본 스타일에 화려한 장신구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인기. 피로연 의상으로 현대적인 느낌이 가미된 한복 드레스를 입는 신부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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