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은 요즘 계명대 성서캠퍼스는 교복 차림의 학생들로 넘치고 있다. 매일 하루 수백명의 중·고교생들이 캠퍼스에 진을 치고 있는 것. 대학이 생긴 이래 중·고교생이 이처럼 많이 몰려온 적은 처음이라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유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꽃남) 때문. 계명대 성서캠퍼스가 드라마 '꽃남' 촬영장소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이곳은 지역 청소년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곳으로 돌변했다. 21일 오후에도 성서캠퍼스 곳곳에서는 삼삼오오 모여든 교복 차림의 중·고교생들로 가득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박연정(16)양은 이날 오전 일찍 친구와 함께 계명대를 찾았다고 했다. '꽃남'에 출연하는 이민호, 김현중, 김범 등 연예인 오빠를 보기 위해서다. 이들의 기다림은 지난 16일부터 6일째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언제 촬영할지 몰라 매일 친구들과 시간을 정해 교대로 학교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 여고생은 보충수업을 빼먹고 무작정 학교로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에 21일과 22일이 드라마 촬영일이라는 글이 올라와 학교를 조퇴하고 왔는데, 벌써 3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다른 한 여고생은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드라마 촬영시간을 알게 되면 연락해달라고 부탁까지 할 정도. 10여분 만에 기자의 주머니는 연락처를 남긴 학생들의 메모지로 가득 찼다.
'꽃남' 드라마 열풍은 계명대 교직원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홍보팀 직원들은 "하루 500여통 이상의 드라마 촬영 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했다. 홍보팀 한 관계자는 "얼마 전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전화를 걸어와 '학생 100여명이 집단 조퇴를 하겠다는데 도대체 계명대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문의를 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6일 드라마 촬영날에는 5천여명의 청소년들이 학교에 몰려 결국 촬영팀이 철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그는 또 "드라마가 뜨면서 덩달아 학교 이미지까지 올라가 즐겁지만, 행여 사고라도 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요즘은 드라마를 언제 찍는지 물어보는 전화 받는 일이 주업무가 됐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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