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Lotto]로또도 과학이다-로또 마니아 김경복씨

로또 마니아들은 로또 당첨을 단순히 '행운'으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로또에도 과학이 숨겨져 있다고 믿는 것. 이에 자신만의 법칙을 만들어 활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구 드림병원 기획이사인 김경복(52)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로또는 결국 행운이 아닌 확률 게임이죠. 1등 당첨 확률이 800만분의 1이라고 하지만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숫자조합을 하면 확률이 엄청 높아집니다."

김씨가 로또 구입을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된다. 줄곧 재미삼아 매주 1만원어치를 사오다 지난해부터 로또 번호 찍기를 과학적으로 접근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여러 회차의 1등 당첨 번호를 차례대로 기입하고 많은 시간을 법칙 찾기에 투자했다. 그 결과 당첨 번호에도 어떤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보통 로또를 기입할 때 한 자리대 1개, 10번대 1개, 20번대 1개, 30번대 1개, 40번대 1개 등으로 골고루 선택하잖아요. 그러면 십중팔구 '꽝'입니다. 로또 당첨 번호는 보통 몰려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 2월 28일 로또 1등 당첨 번호를 봐도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죠. 10번대 1개, 20번대 2개, 30번대 3개 등으로 30번대에 번호가 몰렸잖아요."

그렇다면 다음 회차 번호는 어떻게 선택할까. 김씨의 경우 2월 28일자에서 30번대가 3개나 나왔기 때문에 다음에는 30번대는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1개 정도 선택하고 10번대는 다음에 여러 번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0번대를 3개 정도 선택한다. 이런 식으로 최근 3, 4회차 1등 당첨 번호를 분석하면 '틀'이 보인다는 것이다.

또 김씨는 최근 10회차 동안 나오지 않은 번호는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것. 예를 들어 최근 3, 11, 24, 27, 31, 35, 39, 40 등은 한차례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한다. 어차피 로또는 확률 게임이라 포기할 번호는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것.

김씨는 이 같은 법칙이 공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여겼다. "로또는 번호가 적힌 공으로 당첨을 정하는데 공마다 미세한 무게의 차이가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 쏠림 현상이 생기고 자주 나오는 번호대는 다시 나오고 안 나오는 번호대는 나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김씨는 지난해 9월부터 이런 방식으로 로또 번호를 기입했다. 5천원어치 두 장을 사서 한 장(5줄)에 기입한 번호를 다른 장에 그대로 베끼고 있다. 그랬더니 5등은 두차례에 한번 꼴로 했고 4등도 심심찮게 하는 높은 적중률을 기록했다는 것. 올 1월부터는 아예 표를 만들어 각 회차별 1등 당첨번호를 기입하고 각 번호대를 색깔별로 표시해 흐름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김씨는 "주위에서 모두 감탄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투자 대비 손해는 안 봤다"고 자랑했다.

김씨는 올해 안으로 1등을 한 번 해보겠다고 다짐하지만 과욕은 부리지 않는다. 매주 1만원어치만 산다는 나름의 원칙은 지키겠다는 것. "로또의 재미는 1등 당첨보다 오히려 자신이 분석한 틀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성취감이죠. 마치 야구감독이 고민 끝에 내세운 대타가 귀중한 적시타를 칠 때와 같은 기분일 겁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김경복씨가 메모한 로또 흐름표

회차한자리10번대20번대30번대40번대

31812111

31920211

32002202

32102310

32211121

32303021

32420220

32511112

32610230

3271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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