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노 전 대통령은 솔직하게 고백할 수 없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100만 달러를 건넸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2007년 7월 박 회장이 부하를 시켜 100달러짜리 100장 묶음 지폐 다발 100개가 든 검은 손가방을 들고 청와대에 들어가 정상문 총무비서관을 통해 노 전 대통령 몫으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힌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홈페이지에서 '권양숙 여사가 빌린 것'이라고 했다. 측근 입을 통해서는 '그러한 사실조차 최근에 알았다'고 했다. 어제 두 번째로 올린 홈페이지 글에서도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는 프레임이 같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자신은 박 회장 돈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과 검찰이 공개한 박 회장의 진술은 어느 쪽이 진실인가, 두 사람을 대질이라도 시켜야 할 판이다.

지금까지 노 전 대통령은 어떤 구체적 사실의 적시 없이 모호한 말로 해명하며 검찰 수사를 반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돈의 전달 과정과 성격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는 쪽을 믿을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대로 노 전 대통령이 요구해 박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았다면 명백한 독직행위다. 대법원은 직무범위가 광범한 현직 대통령이 금품을 받는 것은 포괄적 뇌물죄로 보고 있다. 당장의 청탁이 없더라도 막강한 지위로 볼 때 대가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처벌받은 전례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다.

검찰이 '100만 달러 돈 가방'의 진실을 입증할 경우 죄도 죄지만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한 태도가 더 나쁠 것이다. 무조건 둘러대는 수뢰 공직자들처럼 뻔한 거짓말을 한다는 국민적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있는 사실 전부를 노 전 대통령 본인 입으로 고백하는 게 그나마 나을 것이다. 굳이 검찰에 나가서 밝힐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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