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Florist)는 꽃을 통해 공간 미학을 창출하는 전문직업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전문직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럽 등에서는 꽃 재배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꽃에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이 플로리스트로 통하지만 국내에서는 플로랄 디자이너(Floral Designer)를 플로리스트라 부른다. 플로리스트가 하는 일은 꽃다발 제작, 웨딩'만찬장 장식 등 다양하다.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꽃장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활동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인터불고호텔과 인터불고엑스코호텔 플라워숍 대표 김영주(53)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플로리스트다. 꽃과 함께 생활한 시간만 30여년이다. 태교를 위해 취미로 꽃꽂이를 시작한 것이 플로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지금은 여러 대학에 화훼학과가 개설돼 있고 플로리스트 관련 자격증도 생겼지만 제가 취미 수준을 벗어나 플로리스트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1990년대 중반에는 플로리스트 분야가 미개척지였습니다. 제대로 배우고 싶어도 마땅한 곳이 없어 외국으로 유학을 가야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플로리스트 과정을 공부한 김씨는 서울의 특급호텔 수석플로리스트로 활동하다 2002년 인터불고호텔로 스카우트되면서 대구와 인연을 맺었다.
플로리스트로 그녀의 명성은 화려한 이력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2001년 조시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 만찬장 꽃장식을 비롯해 서울공항 국제에어쇼 오프닝, APEC 공식 행사 등 굵직한 국제행사 꽃장식을 성공적으로 주관해 찬사를 받았다.
또 프랑스 PIVERDIE(꽃전문학교) 웨딩파라다이스 디자인경기대회, 제2회 China Cup 플라워디자인 경기대회, 일본 도쿄 슈오우까하나 심포지엄 등에 초청돼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2007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국 AIFD(American Institute of Floral Designers'미국꽃디자이너협회) 내셔널 심포지엄에 참석해 전 세계 1천400여명의 플로리스트들 앞에서 피날레 무대를 장식했다. 아시아 대표로는 유일했고 AIFD 무대에 한국인이 오른 것도 처음이었다.
김씨가 만든 작품을 보면 마치 미술가의 설치 작품을 연상시킨다. 단순한 꽃장식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작품에 사상이 담겨 있고 아티스트의 열정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작품 주제로 자주 채택하는 것은 한국적 미다. 태극'음양'오방색 등 한국적 전통을 꽃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풀어낸다. 작품 높이도 큰 것은 2~3m에 이른다. 미국 AIFD 내셔널 심포지엄 행사에서는 9개 작품을 선보였는데 한국에서 가져간 재료만 1t에 이르렀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까닭에 그녀의 스케줄은 연중 빡빡하다. 지난 4월 경기도 파주에서 '김영주의 꽃 이야기'라는 주제로 11번째 개인전을 가진 그녀는 쉴 틈도 없이 오는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화훼전시회 초청 작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프랑스 PIVERDIE에서 마스터 과정을 강의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플로리스트로 세계 정상에 서 있는 김씨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새로운 호텔장식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플로리스트의 매력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제 작품을 보거나 구입한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플로리스트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랑스럽게 남들에게 권할 만큼 좋은 직업입니다. 특히 외국의 경우 플로리스트의 70%가 남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자들의 진출이 보다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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