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나는
화사한 라일락처럼 피어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
싱싱한 웃음 몇 개를 준비해 두는 일
비가 샌 내 몸을 감쪽같이 도배하는 일
안개에서 빠져나와 샤워하고 아, 분주해라
그가 묻더라도
미움속의 그리움 한 쪽은 시치미 떼며 감춰 두는 일
내 가슴에 키운 돌미나리 몇 뿌리는
비상금처럼 숨겨두는 일
그가 눈치 채기 전까지는
내 몸이 겹이라는 걸
당신에게는 붉은 은유라는 걸
절대 실토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만에 그가 내 곁에
포근한 산 그림자처럼 쓰러져 누울 때
잊었던 몸
물푸레나무 푸른 잎사귀로 퍼덕퍼덕 되살아날까,
그런데, 그런데 그가
참았던 봄을 한꺼번에 터뜨려오면 어떡하지 난,
◆시작(詩作)메모
진종일 부부가 함께 제과업을 하던 어느 봄날, 통유리로만 내다보는 봄을 상상으로나마 내 안에서 일탈해보고 싶었다. 남편이 만일, 며칠 동안 출장을 다녀온다면…, 아니 작가의 권한으로 상상 속에 아예 출장을 멀리 보내버렸다.
떨어져 있는 동안, 빛바랜 현실의 의식부터 숏커트로 확 날려버리고 이때부터 시 속에, 라일락, 샤워, 돌미나리, 물푸레나무, 살아, 푸른 물이 감도는 싱싱한 단어들을 내 앞에 자르르 불러 모았다.
마지막 행의 "참았던 봄을 한꺼번에 터뜨려오면 어떡하지 난" 이 구절에 '봄'의 상징성을 부여해 부재중의 기다림에서 오는 반가운 여심(女心)을 혼자 설레며 야릇한 심상으로, 내숭을 솔직하게, 당돌하게 묘사했다.

◆약력
- 1998년 '매일신춘문예' 동시 당선
- 1999년 '시안' 시 등단
- 대구문학상, 서정주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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