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초등학교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두고 논란이 발생했다. 원래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새 교장이 부임하면서 이 결정을 뒤집고 도입을 강행해 교사들의 반발을 산 것.
29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 2월 학교 교사들이 온라인 투표를 통해 AI 교과서 도입을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학교에 재직중인 교사 1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도입 찬성은 1명 뿐이었다.
이 결정은 지난 3월 새로운 교장이 부임하면서 뒤집혔다. 교장은 AI 교과서 도입을 해당 학년 교사들에게 재차 요구했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국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학교 교사 B씨는 'AI 교과서 강제 도입에 따른 부당한 예산 낭비'를 이유로 대구 시민 1천526명의 동의를 받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B씨는 "교장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 일단 신청하자'는 방식으로 도입해 학교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보통 학기 전에 교과서를 선정·도입하는데 학기 중에 이렇게 교과서 도입을 요청받는 건 처음 겪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교장은 학기 중 AI 교과서 선택을 강행한 데 대해 "개인적 입장 때문에 선택하라고 한 건 아니다. 아이들이 AI 교과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선정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대구시교육청 또한 이 학교가 학기 중 AI 교과서 도입 과정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과서 규정상 학교 구성원들이 합의해 학교장이 최종 결정한다고 돼 있으며, 규정에 근거해 협의가 된 걸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AI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더라고 신청만 하자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교육청은 절차 안내 외에 달리 독촉이나 강요를 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 현장에서는 대구시교육청이 관할 학교에 AI 교과서 도입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강해 교장과 교사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지난해 11월 AI 교과서 미선정으로 최종 결재를 받았는데 교장이 지난 2월 선정으로 다시 바꾸었다"며 "대구에서 교과서를 선정하지 않는 일부 학교가 되는 것에 대해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AI 교과서 도입률(98%)을 기록하며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교육청의 압박·종용이 있었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 현장의 AI 교과서 도입 강요와 관련해 학교 자치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는 "올해 교육부가 학교 자율적 판단에 맡기기로 했음에도 교육청이 시책으로 밀어붙여 학교 입장에선 압박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며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의 교육적 과업을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한다는 학교 자치 철학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도 "통상 학기 전 교장이 당해 연도 학교 교육과정을 모두 결재하고 진행하는데 3월에 새로 온 교장이 갑자기 교육과정을 뒤엎는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며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교육청의 강요나 압박이 있었다면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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