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만 올레가 있는 것이 아니다. 대구에도 올레가 있다. 대구 올레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걷기를 통한 생활 속 환경운동을 실천하기 위해 도심 속 걷기 좋은 길을 발굴하면서 등장했다. 현재 1'2'3코스와 팔공산 올레가 개발되어 있는 상태. 제주 올레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도심을 재발견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 관심을 가지고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코스
#아양루에서 신매역까지 12㎞, 3시간 소요
아양루에서 지하철 2호선 신매역까지 이어진 12㎞의 길이다. 금호강변 자생적 산책길을 따라 3시간 정도 걷는 이 코스는 지난해 9월 처음 개발됐다. 아양루는 지하철 1호선 아양교역 3번 출구 인근 공영주차장(아양교 건너기 전) 언덕 위에 있는 누각이다. 아양루에서 동쪽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강변으로 내려가 강을 왼쪽에 두고 걷다 보면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구름다리를 건너면(도강료 어른 1천원) 우레탄으로 단장된 길이 나타난다.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화랑교를 지나면 흙길이 시작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트레킹 맛을 즐길 수 있다. 나그네에게 그늘을 내주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있어 쉬어갈 수 있다. 강을 오른쪽에 두고 길을 조금 더 재촉하면 대구 올레를 개발한 이들이 '금호폭포'라 명명한 보가 나타난다. 율하천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금호폭포' 맞은편에는 버드나무숲이 형성돼 있다. '금호폭포'와 어울리게 '금호숲'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강변동서타운 앞에 이르면 갈림길이다. 자칫하면 길을 놓치기 쉽다. 오른쪽 안심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안심공원은 2코스 트레킹 도중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둑길과 강변길이 있는데 강변길을 걷는 것이 더 좋다. 텃밭과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의 후예들을 만날 수 있다.
범안대교를 지나면 가천잠수교다. 비가 많이 내리면 물에 잠길 만큼 나지막하다. 가천잠수교에서 바라보는 강 풍경은 아름답다. 시간대가 맞으면 일몰도 감상할 수 있다. 다리를 건너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작은 둑길이다. 혼자 걷기 적당할 정도로 좁다. 둘이 가더라도 앞뒤로 서서 혼자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사색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금호강과 남천의 갈림길에서 시멘트길을 따라 남쪽 방향(남천과 시지천)으로 걸어가면 백년가약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아파트단지를 끼고 매호1교를 지나 두레타운 방향으로 직진하면 신매역이다.
♣Tip=올레 표시가 되어 있다. 표시가 잘 보이지 않아도 강을 따라 걸으면 되기 때문에 길을 찾는 데는 어렵지 않다.
◆2코스
#불로고분군~불로천~도동 측백수림 6㎞
불로고분군~불로천~도동 측백수림에 이르는 6㎞ 구간이다. 올레 표시가 돼 있지 않아 길을 잘못 들 수 있지만 정해진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꽃과 억새가 피는 봄가을 특히 걷기 좋은 길로 소개한 코스다.
불로고분군 공영주차장에서 고분군으로 올라가는 길은 크게 3가지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집'을 바라보고 왼쪽 뒤편으로 올라가는 길과 주차장 오른쪽 끝에서 올라가는 길, 주차장과 인접해 있는 고분군으로 바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 어느 길로 가더라도 고분군을 한 바뀌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주차장과 인접해 있는 고분군으로 바로 들어가면 순환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차장 오른쪽 끝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고분군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한걸음에 갈 수 있다. 오른쪽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도 좋다. 고분군 정상에 서면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산에 오른 기분이다. 불쑥불쑥 솟은 고분 사이로 작은 갈래길이 실타래처럼 뻗어 있다.
고분군을 나와 마을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불로전통시장이 나온다. 닷새마다 열리는 5일장이다. 장이 서는 날이면 이곳 저곳 장터를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트레킹에 필요한 간식도 살 수 있다.
불로천이 나오면 불로천 아래 형성된 길을 따라가면 된다. 작은 보 또는 작은 보 위에 있는 도동교까지 간 뒤 왼쪽 도로로 올라가 조금 더 가면 빌라가 나오고 경부고속도로 아래를 지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길은 좁아져 오솔길이 시작된다.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양림교와 성불사라는 작은 다리와 법당이 나타나고 오른쪽에 측백수림이 보인다. 도심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정미소와 오래된 이발소도 구경할 수 있다.
♣Tip=경부고속도로를 지나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길을 헤맬 수 있다. 그럴 경우 큰 길을 따라가면 이내 측백수림이다. 2코스 트레킹에는 통상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지만 시간은 유동적이다. 고분군에서 보낸 시간에 따라 전체 소요시간도 달라진다. 고분군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는 데만 1시간 정도 걸린다.
◆3코스·팔공산 올레
#도동 측백수림~평광동…2'3코스와도 연결
3코스는 도동 측백수림에서 평광동으로 이어진다. 팔공산 올레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 팔공산체험문화프로그램 운영센터에서 발굴했다. 현재 '대구방짜유기박물관~북지장사'(2km), '신숭겸장군 유적지~용진동'(7km), '백안동~용수동'(3km), '평광동 사랑길'(5km) 등 4개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특히 '평광동 사랑길'은 2'3코스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는 매월 넷째 주 토요일(짝수 달) 또는 일요일(홀수 달) 무료 올레 트레킹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있다. 053)983-9798. 팔공산체험문화프로그램 운영센터도 매달 셋째 주 토요일 팔공산 올레 트레킹을 한다. 참가비는 1만원. 053)985-8030.
대구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대구 올레는 대중교통으로 시작해서 대중교통으로 끝나는 걷기 여행이기 때문에 편한 복장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며 "모자와 물,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