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7일 밝힌 세종시 관련발언은 정치권의 일반적인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승부수'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 9부 2처 2청 중에서 5, 6개 부처만이라도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으로 타협안을 내놓으면서 수정안에 대한 여론이 호전될 경우, 대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수정안을 추진하는 것은) 당론을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당론을 뒤집는 것"이라며 수정안을 당론으로 만들어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 타협의 여지마저 봉쇄하는 등 쐐기를 박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원안추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박 전 대표와 퇴로 없는 한판 대결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의 대응 수위에 따라 한나라당은 분당까지 각오해야 하는 극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홍 의원은 8일 "박 전 대표가 정답을 내놓았으니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임기가 3년이나 남아있는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가 무참하게 깨지게 될 경우, 그 이후의 사태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발언은 박 전 대표가 신뢰를 앞세우면서 원칙을 고수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끝까지 하나도 바뀌지 않을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는 박 전 대표의 초강수에도 "정치에서 타협이 나쁘지 않다"며 대타협 가능성 여지를 시사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따라 60여명에 이르는 친박계가 수정안에 찬성하기는 어려워졌다. 세종시법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전망이 더 유력해진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뜻에 반기를 드는 친박계 의원은 극소수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당초 11일로 예정된 수정안 발표에 앞서 8일 오전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조찬을 함께했다. 수정안에 대한 당 차원의 적극적인 뒷받침을 당부하겠다는 의도로 마련됐지만 수정안 반대의 선봉에 선 박 전 대표와 친박계에 대한 설득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의 발언과 반응수위에 따라 여권이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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