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한 대결을 하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로 나뉘어 일촉즉발의 상태다. 여야는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 때문에, 친이-친박은 국정주도권과 차기 대통령 선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는 상태다. 세종시에 '정치'가 끼어들면서 지방분권-지방분산이란 본질에 대한 논의 없이 정치적 이해(利害)와 지역적 이해에 따라 찬성과 반대 의견만 있다.
◆행정수도 이전 수도권 반발=2003년 12월 국회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재적의원 194명 가운데 167명 찬성, 13명 반대, 14명 기권이라는 압도적인 지지였다. 이 때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함께 통과됐다. 이른바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이었다.
3대 특별법의 국회 통과 이전 여야는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서울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도지사로 재직하던 경기도의 반대가 심했다. 서울시는 청와대와 총리실 등 행정부처 대부분이 충청으로 이전하는 '신행정수도특별법'을 반대했고, 경기도는 공공기관 이전안을 담은 국가균형발전법을 반대했다.
각 지방은 지방분권3대법에 찬성했지만 각 법안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있었다. 대구경북은 지방분권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했고, 신행정수도특별법은 지방분권 취지에 맞지만 충청으로 확대된 수도권이 대구경북의 경제력을 빨아들일지 모른다는 우려 또한 있어 찬반 의견이 엇비슷했다.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서울시와 경기도가 주축이 돼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못해 먹겠다' 등의 발언으로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서울에 소재한 전국지들도 일제히 신행정수도 건설 반대 논리를 펼쳤다. 수도권 이익을 해치기 때문이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관습헌법'이란 새 판례를 내면서 위헌 결정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노 전 대통령의 '고집'(?)으로 위헌 결정난 신행정수도 대신 청와대를 뺀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안이 나왔다. 논란 끝에 2005년 3월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나라당과 수도권도 신행정수도법만큼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다. 행정부처 비효율, 통일수도론 등 각종 반대를 넘어선 일종의 국민적 합의였던 셈이다. 조성 작업이 진행되면서 공주·연기는 '행복도시' '세종시'로 불렸다.
◆뒤집히는 정치인 소신=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당시 신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했다. 대신 행정부처의 각 지방 이전을 주장했다. 이 총재는 이후 충청권을 정치적 근거지로 잡아 세종시 원안 추진을 누구보다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당원이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지방살리기 3대 특별법에 대해 반대했다. 경기도의 이익에 배치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에 터를 잡은 지금 그는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신행정수도법에 반대했다. 대권을 노렸던 이 대통령은 지방을 의식해 앞장서 반대하지 않다가 서울시의회가 반대 깃발을 들자 뒤따라가는 모양새를 취했다.
2005년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박근혜 의원은 세종시에 대해 신중했다. 당내에 찬반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 대표로서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권고적 당론'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의 국회 통과를 용인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세종시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친이-친박 의원들은 수도권 출신이냐 비수도권 출신이냐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그러나 친박은 대체로 세종시 원안에 찬성하고, 친이는 세종시 수정에 찬성한다. 이들 가운데 2005년 세종시 관련법 표결 때 지금의 입장과 다르게 투표한 의원들도 상당수 있다. '소신'은 없고 '정치'만 있는 것이다.
◆전국지의 세종시 수정안 찬성=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전국지들은 세종시 수정안에 적극 찬성하는 논조다. 서울에 소재한 보수 전국지들은 9부2처2청의 세종시 이전으로 과천이 공동화되는 등 서울의 세(勢)가 약화되는 것을 기본적으로 바라지 않는다. 국민 전체의 의견이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도 서울 소재 전국지와 방송의 보도 태도와 무관치 않다는 게 언론 전문가들의 풀이다.
각 지방에서 지역지들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방도 지리적 위치에 따라 조금씩 입장이 달라 국민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태. 그래서 지방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마이웨이다.
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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