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동의 전시 찍어 보기] 강렬한 인상을 주는 대형 작품들

'현대미술의 단면'전 / 아트선재미술관 / ~2.28

낸 골딘 작
낸 골딘 작 '자화상'

지금 경주 선재미술관에서는 이 미술관의 기존 수집품들 중에서 대표적인 작품들을 선별하여 다시 보여주는 전이 열리고 있다. 전체 소장품들의 수준이 높고 또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작품들을 거의 다 포함하고 있는데다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유명 작가들의 작품까지 같이 내놓아 현대미술의 대작들을 여유를 가지고 감상해볼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최근 새로 추가된 수집품이라든가 기획에서 좀 더 참신한 의욕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약간 아쉬웠지만 그래도 작품의 규모가 주는 강렬한 인상이 기억에 남는다.

출품작들이 낯익은 관객들이라도 우선 크기에서 하나같이 모두 대작들이어서 새롭게 다가온다. 물방울 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창열과 정상화, 김형대, 한묵 등 한국 추상화의 대표적인 작가들을 비롯해서 인쇄된 한지로 종이상자 묶음을 만들어 입체적인 평면을 구성하는 이색적인 작업으로 주목받는 전광영과 또 '일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오랫동안 하이퍼 리얼리즘 기법의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을 해온 이석주의 대형 작품도 나와 시각을 압도한다. 이 밖에 지석철, 황주리 등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대표 작가들이 망라되어있다.

설치 작품으로는 일본의 개념예술 그룹, 메이와덴키(明和電機)의 물고기 모양의 나키(NAKI, 魚器)시리즈 작품들을 착안과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비디오와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대 사진의 일면을 보여주는 대표 작가들의 작품들도 포함하고 있는데 배병우, 오형근, 구본창, 이정진, 주명덕 등 한국 작가들과 샌디 스코글런드, 독일 출신의 사진 작가 칸디다 회퍼 등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미국 작가 낸 골딘(Nan Goldin)의 사진은 매우 인상적이다. 평소 자신의 예술을 자기 삶의 일기라고 말한 그녀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극히 사적인 감정에 관한 내밀한 부분을 연속된 일련의 스냅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결국 작가의 이야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기록이자 동시대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이면에 깊게 패인 상처나 우수를 솔직하고도 과감하게 드러내 자신과 사회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을 촉구하는 면도 있다.

이 밖에도 추상표현주의의 샘 프란시스, 팝아트의 탐 웨슬만과 조지 시걸, 그리고 프랭크 스텔라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독일 신표현주의의 안젤름 키퍼와 임멘도르프의 역사적이고 사회성 짙은 초대형 회화들은 아마도 이 미술관이 자랑하는 최고의 작품들일 것이다. 선재 미술관 연락처 054) 745-7075~6.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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