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꿈 같은 세월이 지나자,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아이들이 다 대학을 졸업하고 성장하고 나니, 지금까지 자녀 키우기에 열중하던 안식구의 중요한 목표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서양인들이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많이 기르는 것을 이제야 알 것만 같다.
지금까지 나의 인생설계는 '5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착오가 생긴 것이다.
즉, 의식주 확립을 위한 생계(生計), 가정을 행복을 설계하는 가계(家計), 입신출세를 위한 신계(身計), 노후를 맞이할 준비의 노계(老計), 죽음에 대한 계획과 자세의 사계(死計)만이 아닌, 새로운 청춘의 성계(成計)가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아이들이 다 커서 독립할 무렵이면 어느 집이나 막론하고 새로운 신혼부부 생활로 되돌아가는데 이때야말로 젊은 시절의 신혼 때와는 다른 성숙한 꿈과 비전이 있어야 삶이 표류하지 않는다.
이런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이들은 모두 나처럼 당황할 것이다.
이 나이가 되면 남자들은 일이 한창 재미있어지는데 반해, 여자들은 애정을 쏟은 자식들이 다자라 떨어져 나가는 과정으로, 여기서 오는 허탈감이 생각보다 훨씬 무겁게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어부인'처럼 착한 여인들에겐 더 크게.
그래서 이유없이 아프고 삶의 즐거움이 반감되는 알 수 없는 고민과 대책 없는 방황에 부딪치게 된다.
이런 일을 당하면 어려워지는데, '어렵다'는 일본어로 바뀌면 '아부나이'(危ない)로 '위험하다'라는 뜻인데, 이럴 때 남자들이 미리 준비된 꿈과 비전을 제시하면 얼마나 멋지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결혼은 상대방에게 무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지만, 이런 때는 혼자만 뛰지말고 함께 걸어가며 말동무가 되어주는 지혜로운 남편이 되어야 한다.
이젠 앞만 바라보던 '직선형'에서 옆도 둘러보는 '방위형'으로 생활을 바꿔나가는 시기도 이때부터가 아닐까? 어쨌든 모정이 깊은 것도 병인양 하지만, 매화피는 봄은 반드시 오는 법!
"울지 않으면 죽여 버리라"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울지 않으면 울게 하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리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그렇지! 이 추운 겨울이 가고 꽃피는 봄이 오면 꾀꼬리도 울겠지.
"참고 기다림이 무사장구(無事長久)의 비법"이라고 도쿠가와가 말했지.
등산은 정상에 오르는 기쁨도 중요하지만, 올라가는 과정자체가 행복한 것. 요즘 나는 때늦은 성계(成計) 세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의무이자 축복이 아닐까?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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