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소년 페란은 할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숙부와 함께 산다. 할머니는 주술로 사람을 치료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여동생 다니라는 선천적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숙부는 도박과 술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망나니다.
아코디언 연주가 취미인 페란은 쇠붙이를 염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특이한 능력도 지니고 있다. 페란은 이웃집 처녀 아즈라와 사랑에 빠져 청혼하러 가지만 아즈라의 어머니는 돈 없고 내세울 재주도 없는 페란을 내쫓아버린다.
어느 날 할머니가 병에 걸린 아이를 치료해주자, 아이의 아버지 아메드는 감사의 표시로 다니라를 이탈리아에 있는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해주기로 한다. 페란은 다니라의 보호자로서 아메드를 따라 나선다.
하지만 페란은 다니라를 병원에 입원시키자마자 아메드의 패거리들과 함께 돈벌이에 끌려다니게 된다. 아메드는 납치하거나 사온 아이들이 동냥질한 돈을 받아 챙기는 일당의 두목이었던 것이다. 페란은 일에 익숙해지면서 아메드의 오른팔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페란은 여동생이 병원에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영화는 집시 청년 페란과 그의 가족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린 작품이다. 집시는 유럽의 대표적인 경계인이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국가 없이 여기저기를 떠도는 유랑민으로 철저히 소외돼 있고 차별받는다. 유럽 주요 도시의 기차역은 이들이 거의 다 점령했고 구걸하고 소매치기를 한다. 어떤 문명도 문화도 교육도 이성도 상식도 집시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이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산다.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은 혼돈과 비이성으로 가득 찬 경계인의 세상을 경이의 눈으로 쳐다본다.
쿠스트리차 감독은 이 영화에서 집시들의 고유한 생활과 사고 방식을 충실하게 재현했고, 대사들까지 전부 집시 언어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제42회 칸영화제 (1989) 감독상 수상작. 원제: Dom Za Vesanje / Time Of The Gypsies/ 감독 에밀 쿠스트리차/ 출연 데버 더모빅, 보라 토도로빅, 루비카 아조빅/ 제작 1989년 유고슬라비아/ 140분/ 15세/ HD 방송.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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