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느라 이렇게 배달이 늦지?" 중국음식점(쌍용반점) 주인 왕 사장이 배달원들을 힐책한다. 배달원들은 "오토바이가 너무 낡아 툭하면 고장 나서 그렇다"며 사장을 몰아세운다. 내친김에 배달원들은 지난해 임금 동결을 끄집어내며 처우 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다. 왕 사장은 "원가 인상 때문에 남는 것이 없다"며 종업원들과 맞선다.
그러나 기어코 머리에 띠를 두르고 북을 두드리며 임금 지급을 촉구하는 종업원들. 왕 사장도"이럴 바에야 아예 문을 닫겠다"며 극단의 선택을 해 양측 대립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는다.
22일 오후 3시 대구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쌍용반점' 공연. 대구시가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대구시립극단에 의뢰한 '노사분쟁 모의 시연' 상황극이다. 대구시 경제정책과 손병순씨는 "노사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마련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속에서 종업원들은 임금, 근무 환경 등에 걸쳐 사장과 반목을 거듭한다. 종업원끼리 내부 갈등도 겪는다. 사장 대 종업원, 종업원 대 종업원의 대립 구도는 결국 분쟁을 낳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노사문제의 전형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노사 분쟁 가운데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소장하고 있는 주요 조정 사례를 발췌해 각색하며 현장감을 살렸다.
노사분쟁 및 분쟁 조정을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관람객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황을 코믹하게 꾸민 이날 공연에 지역 노동계, 경영계, 관계 공무원들은 웃고 손뼉 치며 공감했다. "노사 관계와 분쟁 조정의 어려움을 기본적으로 잘 반영했다"(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김경조 의장)거나 "노사 모두 상대방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대구경영자총협회 정덕화 노사대책실장)는 호평이 쏟아졌다.
이날 공연은 사장과 종업원들이 상호 신뢰를 회복하며 반점을 살리기 위해 화합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김경조 의장은 "분쟁이나 조정 단계에 들어가기 전 노사 대화로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도 연극 내용에 담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대구시는 이날 공연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기업체 및 관계기관 등에 배부, '노사청정지역 대구'를 위한 교육 자재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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