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엉터리 국가유공자' 근절 대책 서둘러야

자신의 과실 또는 중대한 법규 위반으로 다치거나 심지어 뇌물 수수 등 범죄행위를 저지른 공무원들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돼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00년 이후 행정안전부 등 5개 기관에 등록된 전'현직 공무원 국가유공자 3천74명을 조사했더니 32.3%나 되는 993명이 부적격자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적발된 '엉터리 공무원 유공자' 사례를 보면서 국가유공자 제도가 이렇게 허술하게 운용된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하다. 경북도청 한 공무원은 부서 회식 뒤 동료와 따로 2차로 술을 마시다 넘어져 다쳤으면서 회식 후 남은 일을 처리하려고 사무실로 돌아오다 다친 것처럼 속여 국가유공자가 됐다. 이 공무원은 요양비로 497만 원을 받고 2008년 퇴직한 후로는 매월 장해연금 63만 원에 자녀 교육비 800만 원 등의 보훈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퇴출당한 한 공무원은 4개월 후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했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가 돼 치료비 330여만 원과 매월 140여만 원의 장해급여를 받기까지 했다.

국가유공자 제도가 일부 엉터리 공무원 유공자들의 주머니를 불려 주는 데 악용된 것은 허위 신고 등 당사자의 도덕적 해이가 큰 원인이다. 여기에 부실한 보훈 심사가 맞물려 엉터리 유공자를 양산한 것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공헌한 분들을 예우하기 위한 국가유공자 제도가 거짓말 잘하는 일부 전'현직 공무원들의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것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병폐다. 공무원들의 도덕성 회복과 함께 보훈 심사를 제대로 해 보훈 예산이 도둑고양이들의 밥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속임수로 국가유공자가 된 사실이 적발될 경우엔 부당 지급된 보훈 급여금을 확실하게 환수하고 고발 조치 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국민 세금인 보훈 예산이 허투루 쓰이는 일은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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