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우치 미노루 지음/김숙이 옮김, 『가면을 벗어던진 중국인, 중국문화 이야기』(아주 좋은날, 2009)
동아시아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중국과 일본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이들 두 강대국이 해묵은 감정을 청산하고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을 풀어야 동아시아 지역은 제대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서로 아직도 갈등하고 대립할 이유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잊어야 할 더 큰 이유들이 생겼습니다. 첫째는 양국이 협력해야만 지역 평화가 보장됩니다. 양국 간 해양영토 분쟁이나 민족 감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인 충돌을 막을 수 있고, 대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도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동남아에 대한 공동지원이나 개발에서도 양국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양국의 협력은 역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개입을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지역 문제에서 소속 국가가 자기결정권을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도가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둘째는 지역경제 발전에도 유리합니다. 중국과 일본의 협력은 최고의 기술 선진국과 최고의 시장을 가진 개발도상국 간의 결합을 의미합니다. 일찍이 미국의 전략가 브레진스키도 '중국과 일본이 결합'하면 미국을 위험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 세계의 시장 기능을 동시에 가진 중국과 세계 최고의 기술과 자본을 가진 일본이 협력하면 모든 것을 세계 최고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중일 양국의 협력은 지역 발전에 상승효과를 일으킬 것입니다. 중·일의 협력은 현재 그들이 가진 조건의 결합만이 아니라 역사의 결합이고 동질성의 결합이기 때문에 그 효과가 배가될 것입니다. 최근 아메리카의 아이티 지원에 전직 미국 대통령 부시와 클린턴이 손을 맞잡았듯이 아세안(ASEAN)이나 북한 지원에 양국이 협력한다면 동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 역할에 충실한 대표적인 지성이 다케우치 미노루 교수입니다. 그는 1923년 중국의 산둥성에서 태어난 일본인입니다. 1949년 교토대학 문학부를 졸업하였고, 지속적으로 중국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일본인에게 있어서의 중국상』,『중국 역사여행』, 『중국 장강 역사의 여행』,『귀뚜라미와 혁명의 중국』,『중국-욕망의 경제학』등의 작품을 지었습니다. 그의 저서 『가면을 벗어던진 중국인, 중국문화 이야기』(아주 좋은날, 2009)도 그 저작물 중의 하나입니다. 글의 서두에 중국에 대해 자문자답한 내용이 있습니다. '중국이란 무엇인가?' '중국은 사람이 많다' 단순한 질문이고 엉뚱한 답인 것 같지만 중국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본질입니다. 중국인들에게 사람은 그 시작이고 끝입니다. 중국에 대한 많은 이미지들, '국토가 넓다', '역사가 오래되었다', '환락으로 가고 있다'는 등의 많은 수식어들은 사실 전부가 사람 얘기입니다. 사람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은 문자에도 잘 나타납니다. 사람의 모습을 보고 만든 글자인 인(人), 대(大), 여(女), 시(尸)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관계에 따라 종(從), 중(衆), 벌(伐 ), 개(介), 보(保) 등 다양한 형태의 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衆)이라는 글자는 하늘 위에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땅에 많은 사람들이 허리를 굽혀 일하는 모습을 나타내는데, 하늘의 태양을 소의 눈으로 표현하여 노예주가 쟁기질을 하는 노예들을 감시하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사회주의 중국에 와서도 이러한 인(人)의 개념이 유지되었습니다. 현대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화자전』에서 '人'을 찾으면, '도구를 제작할 수 있고 게다가 그 도구를 사용해 노동할 수 있는 동물이다. 사람은 유인원에서 진화해 사람이 되었다. 계급사회로 되어 있고 사람은 모두 일정한 계급에 속한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사람을 도구, 노동, 관계로 본다는 점에서 고대 중국인들이 가졌던 사람에 대한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케우치 미노루 교수가 중국 사람과 중국 문화에 대하 조목조목 설명하는 것도 바로 사람을 알아야 한다는 암시입니다. 중국 사람은 일본 사람을 알고, 일본 사람은 중국 사람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떻게 해서 상하이 홍커우지구에 일본의 조차지가 생겼으며, 왜 그것이 중·일 간 민족감정 자극의 원인이 되어 지금처럼 앙금으로 남아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노동일<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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