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도심은 살아 있다 / 김재경'서상현 글/사진 이채근/리즈앤 북 펴냄

대구도심 재창조를 위한 1년간의 기록

대구 도심재창조를 위한 매일신문 기획취재팀의 현장기록 '도심은 살아있다'가 출간됐다. 지은이들은 2008년 6월부터 2009년 4월까지 때로는 망원경과 같은 눈으로, 때로는 현미경 같은 눈으로 밝은 곳과 어두운 곳, 멀고 가까운 역사를 일일이 짚었다. 때로는 이야기체로, 때로는 예리한 분석기사체로, 때로는 행인의 눈으로 대구도심 곳곳을 살폈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 칼바람 몰아치는 겨울 거리를 가리지 않고 걸었다. 직접 걷지 않고는 실핏줄처럼 골목이 엉켜있는 대구 도심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 도심이라는 숲속을 걷느라 숲 전체를 놓칠까 염려도 했다. 그래서 서울의 골목, 부산과 인천, 파주의 골목,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 오사카와 교토, 가나자와의 도심과 골목도 걸어 다녔다. 그렇게 걸으면서 대구 도심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보았고, 대구 도심을 살릴 수 있는 대책도 상상할 수 있었다.

취재팀은 대구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은 물론이고 대구 도심에 꼭 맞는 디자인,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대구의 골목에 숨은 이야기, 대구 도심의 역사와 문화, 도심 정책, 도심 재생을 위한 전문가의 조언 등 도심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취재했다.

최근 세계 각국이 도심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울 부산 인천 안양 파주 등이 거리 디자인에 혈안이다. 그러나 간판과 디자인을 바꾼다고 도심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오래된 도심이 그 도시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점, 독특한 문화를 간직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어떤 방식으로 도심 재생을 시작해야 하는지 심도 있게 짚어간다. 겉모양이 아니라 역사, 문화, 스토리텔링, 도시계획, 건축, 예술, 디자인까지 골고루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준비 기간을 합쳐) 1년이 넘는 기획취재를 통해 대구 도심이 세계 여느 유명 도시 못지않게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수백 년 역사를 간직한 골목들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었다. 도심 개발의 축 이동으로 구도심이 낙후된 그대로 보존된 것이 오히려 훌륭한 자산이 되고 있다"고 밝힌다.

골목 곳곳에 공공 디자인과 공공 미술이 입혀지고 이야기가 채색될 경우 대구 도심은 안데르센의 도시 코펜하겐, 흡혈귀 드라큘라 백작으로 관광객을 부르는 루마니아의 브라쇼브, 화가 세잔으로 문화관광지를 만들어낸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연인의 도심임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베로나가 부럽지 않다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강조한다.

"골목은 이중적이다. 골목은 과거 위에 현재의 삶이 있는 곳이다. 인간적인 공간인 동시에 불편한 공간이다. 역사의 숨결을 지키고 싶은 욕망을 안겨주는 동시에 개발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골목의 이런 이중성은 도심의 정체성 규정을 가로막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엇갈리게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번 헐리면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지은이들의 지적은 옳다. 어제를 지키면서 오늘을 가꾸는 일, 불편함을 발라내지 않고 편리함을 확보하는 일, 옛것을 허물지 않고 새것을 건설하는 일은 양립하기 어렵다. 그러나 감내하고 극복해야 하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도시와 골목은 이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푸는 데 성공했다.

287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