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 단지만 원형지 분양 …지방 산단들 초토화 비상

대구·경북 중소형 29곳 기업유치 경쟁력 상실

정부가 100만㎡ 이상의 일반 산업단지에 대해서도 세종시와 같은 원형지 공급 방식으로 헐값 분양키로 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보다 규모가 적은 단지는 업체 유치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주최 세종시 토론회에 참석, "100만㎡이하의 산업단지에는 미분양 용지가 많고 미조성 용지도 많다"고 지적한 뒤 "원형지 공급으로 대규모 산업단지의 공장용지 분양가가 훨씬 싸게 책정될 경우 중소규모 단지는 초토화되고, 지역경제에 심각한 불균형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토지공사 측 자료에 따르면 왜관과 포항4지구 산업단지의 공장용지 분양가는 35만원 수준, 화성발안지구 산단의 경우 56만원 정도였으나 원형지 공급 방식을 도입할 경우 단지 규모가 126만㎡인 화성발안지구 산단의 분양가는 20만원 이하로 떨어지게 되는 반면, 100만㎡에 못 미치는 왜관과 포항 4지구는 분양가 인하가 없게 돼 업체 유치에 불리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100만㎡이하인 중소규모 산업단지(농공단지는 제외)로 대구에는 서구 염색공단(86만㎡)·북구 검단공단(78만㎡)·성서4차산단(43만㎡) 등 3곳의 산업단지가 있다. 경북에는 포항 영일만(98만㎡)·경주 건천 2(91만㎡)·김천(81만㎡)·안동 바이오(94만㎡)·고령 다산(64만㎡)·성주(85만㎡) 등 26곳의 단지가 있다.

성웅경 대구시 산업입지과장은 "정부가 100만㎡ 이상의 일반 산업단지에 대해 세종시와 같은 혜택을 줄 경우 대구는 국가산단만 혜택을 입을 뿐 오히려 기반 조성이 끝난 테크노폴리스, 성서5차산단 등의 대부분 지역 산업단지의 기업 유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세종시 기업 유치를 위해 기업·대학에 원형지 공급을 하면서 토지조성 원가보다 낮게 공급가를 책정, 5천500여억원의 추가 재원 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선정책처의 '세종시 원형지 분양계획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세종시 원형지 공급용 토지의 조성원가는 3.3㎡당 61만9천여원이다. 이는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에서 책정한 원형지 공급가인 3.3㎡당 36만~40만원보다 20만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따라서 정부의 방침대로 원형지를 공급하려면 5천538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예산정책처는 분석했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세종시 입주 의사를 밝힌 삼성·고려대 등 기업·대학들은 정부의 추가 재원만큼의 금전적 특혜를 누리게 된 셈"이라며 "원형지 공급도 특혜인데 공급가도 낮은 것은 이중특혜"라고 비난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