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제2기지 후보지 확정을 앞두고 건설·환경·극지연구 전문가로 구성된 대륙기지 정밀조사단이 지난달 30일 케이프 벅스(Cape Burks)에 대한 정밀조사를 마쳤다. 정밀조사단은 아라온호가 오는 7일께 또 다른 후보지인 테라노바베이(Terra Nova Bay)에 도착하는 대로 3일가량 정밀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현재 극지연구소 내에서는 케이프 벅스가 사실상 대세론으로 자리 잡은 형국이다. 하지만, 정밀조사단 내에서 케이프 벅스가 과연 남극 제2기지 유력 건설후보지인가를 두고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같은 남위 74도 상에 걸쳐 있지만 케이프 벅스(남위 74도 45분, 서경 136도 48분)는 서남극에. 테라노바베이(남위 74도 37분, 동경 164도 12분)는 동남극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케이프 벅스는 러시아가, 테라노바베이는 뉴질랜드가 추천한 곳이다.
케이프 벅스와 테라노바베이는 주변에 다른 나라의 상주기지가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케이프 벅스에는 러시아의 폐기지인 루스카야 기지가 있을 뿐이다. 테라노바만(灣)내 브라우닝(Browning)산에는 독일의 곤드와나(Gondwana) 하계캠프가 있고, 이태리 MZS 하계기지가 자리하고 있을 정도다.
극지연구소 측은 케이프 벅스에 대해 지구온난화 연구의 최적지인데다 인근에 타국의 상주기지가 없어 연구 주도권 확보 및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주변에 담수호가 있어 식수원을 확보할 수 있고, 너비 40m, 길이 1.7㎞에 달하는 활주로 공간도 있어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케이프 벅스는 기후 여건이 동남극의 테라노바베이에 비해 열악하다. 케이프 벅스는 풍속이 연평균 초속 12.9m로 거센데 비해 테라노바베이는 4.9m로 약한 편이다.
실제로 케이프 벅스는 겨울철 최대 풍속이 초속 22m에 달하는 등 바람이 거센데다 쇄빙선이 접근해서 자재 보급·하역이 가능한 기간도 연간 50일 안팎에 불과하다. 그나마 케이프 벅스는 여름철에 기온이 높아서 결빙된 바다가 열리는 일명 '폴리냐'(Open Sea)가 4, 5년에나 한 번꼴로 형성된다는 것. 특히 케이프 벅스는 여름철에도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에서 헬기를 띄워야 접근이 가능하다. 반면 결빙일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테라노바베이는 이 기간 헬기 없이도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케이프 벅스는 당초 '펭귄 군서지 흔적은 있으나 매우 빈약하다'고 보고됐지만, 실제로는 1천500여마리의 펭귄 번식지가 확인됐다. 이 일대가 환경보호구역으로 묶일 경우 연구활동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케이프 벅스가 남극 제2기지 건설지로 확정되면 기지를 건설할 수 있는 기간이 연중 50일 미만으로, 3년 안에 기지를 완성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기지 건설비용뿐만 아니라 기지 운용비 부담은 곧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테라노바베이를 둘러싼 주변에는 미국·프랑스·이태리·호주·뉴질랜드 등 기지가 있어서 선진국과의 교류협력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결국 남극 제2기지 건설지 확정 문제는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국익 차원에서 객관적이고도 투명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서남극 케이프 벅스에서 부산일보 송현수기자 songh@busan.com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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