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품전

'모네에서 피카소까지'전 / 한가람미술관 / ~3.28

▲피카소 작
▲피카소 작 '여인과 아이들'

이제 서울서는 매 시즌마다 해외 유명미술관의 소장품 전시들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외국 미술관 작품의 유치전(展)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어서 반길만한 일이지만 다만 수익과 관련한 문화사업의 형태로만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그것도 서울에서만 가능한 현실이 안타깝다. 전시의 내용도 좋고 장르도 다양해지는데 어쨌든 도판으로만 대하던 유명 작가들의 원작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은 우리 미술 문화에 있어서 큰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조선일보사 주최로 열리는 이 전시의 범위는 타이틀과 달리 인상파의 전사(前史)로서 모네 이전의 19세기 사실주의에서 시작해 피카소 이후 미국 팝아트의 리히텐슈타인에서 끝난다. 코로와 쿠르베의 풍경화를 맨 앞에 소개하고 이어 마네와 부댕에서 자연주의의 전통이 어떤 변화를 맞이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다음 인상파 화가들에 이르면 어떤 혁신이 일어나는지 그 중심에 있었던 모네와 피사로, 르누아르, 시슬레 등 눈부신 색채 혁명가들의 작품에서 확인하게 된다. 비슷비슷한 화풍들 가운데서도 서로간의 개성차를 음미하다 보면 왜 이 시기를 또 하나의 '황금시대'라고 부르는지 알 만하다.

낙천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1880년대를 전후한 인상주의 풍경화들의 한결 같은 특징과는 달리 뒤이은 후기 인상파의 세잔이나 고갱과 고흐를 보면 대상을 보는 시각과 표현의 방식에서 현저한 전환을 보이고 있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공통되는 것은 물론 밝은 색채이지만 이미 산업사회의 모순과 근대화의 부작용이 각자의 주관과 삶의 양식에 내면화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색채와 붓질 표현의 자유분방함을 깨닫게 해주는 뚜렷한 변화는 마티스에 의해서다. 그의 구성이나 형태, 색채가 주는 감각적인 즐거움은 원작과의 직접적인 접촉에서라야 충분히 지각되는 감흥이다.

이론적인 지식이 실제로 감각을 통해 확인되는 경험을 한다면 그것 또한 원작을 보는 보람일 것이다. 그러나 감상의 요체는 흔히 말하듯 어떤 전제도 매개도 없이 만나는 데 있다. 그야말로 '목적 없는 관심'으로 다가갈 때 '감상'의 순수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전시된 주요 작품 중에는 모딜리아니, 보나르, 루소, 클레 등의 회화들과 로댕, 마티스, 브랑쿠시, 피카소의 조각 그리고 20세기 전반 미국의 유명 작가들까지 포함되어 다양하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특히 세잔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를 소장한 곳이다. 그 기념비적인 작품 앞에서 감격스러워했던 기억이 나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많은 작품에 대해 텍스트 설명은 물론이고 오디오 해설까지 지원하고 있다.

미술 평론가(ydk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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