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개선 필요한 미소금융 대출심사

저소득. 저신용자에게 자활자금을 빌려주는 미소금융사업이 여전히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출 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실제 대출 심사가 보유 자산보다는 신용등급에 주안점을 두고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 사업을 시작한 이후 이달 2일까지 1만1천명이 상담을 받았으나 대출신청 적격으로 분류된 사람은 3천750명에 그쳤다.

대출신청 적격자가 이처럼 적은 이유는 물론 미소금융이 설정한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산이나 수입요건보다는 신용등급 요건을 우선하는 대출심사 방법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다. 자산과 소득이 상대적으로 많아도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가 아니면 대출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미소금융을 찾은 사람 가운데 절반 정도가 '신용등급이 높아'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자산과 소득 자체가 적어 상환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을 것이고, 신용관리에 실패해서 그렇게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를 가리지 않고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게 우선해 대출자격을 주다 보니 자산이나 소득은 적지만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는 소득은 적어도 카드대금을 연체하지 않았거나 대출금을 성실히 갚아온 사람보다 자기관리가 부족한 사람을 우대하는 것밖에 안된다. 그 결과 신용등급이 7등급 이상인 사람이 미소금융 대출을 받기 위해 일부러 여러 금융회사를 돌아다니며 신용조회를 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는 웃지못할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정된 대출재원으로 사업을 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다는 금융위의 해명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지니만 그렇다고 적은 소득으로도 신용관리를 잘 해온 사람이 대출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 '신나는 조합'이나 '사회연대은행' 등 무담보 소액신용대출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단체는 신용등급으로 대출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소득과 재산 기준만 충족하면 대출이 된다는 것이다. 미소금융은 이들 단체의 대출운영 방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저신용자에 대한 자활기회를 열어주되 성실하게 신용관리를 해온 사람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소금융은 일선 대출창구의 문제제기를 꼼꼼히 수렴해 종합적인 개선책을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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