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문제 아이는 없다. 다만 문제 어른이 있을 뿐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이야기는 졸업식에 관한 일이다. 여기저기에서 막장 졸업식이라는 말이 나오고, 아이들의 인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영상이나 사진에서 나타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배려와 인권은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재미와 악의적인 장난이 전통과 관행이라는 말로 아이들에게 답습되어 내려오고 있을 뿐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공교육은 뭐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교육이 죽었다는 말로 문제의 책임을 돌리고 있기도 하다. 과연 공교육이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책임 있는 인성교육이 실현될 수 있을까? 경쟁과 입시위주의 교육현실 속에서 일선 선생님들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모든 문제에 출발은 가정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가정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원하는 것은 웬만하면 가질 수 있고 누릴 수 있다. 가지고 싶은 것에 대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손안에 넣을 수 있으니 아쉬운 것이 별로 없다. 하나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내하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가 커 갈수록 기다리는 일을 하지 못한다. 또한 공부라는 큰 명제에 밀려서 마음껏 놀아 보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이나 눈 밖에 벗어났을 때 큰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 해방감 속에서 평소에는 해 보지 못한 일들을 해보고 일탈을 저질러 보는 것이다. 결과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그 순간에 즐거움이 아이들에게 중요할 뿐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에게 그 문제로 인한 이후 과정과 책임져야할 일들까지 세세히 설명하고 나서 문제 행동에 대해 물으면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했다고 답할 것이다. 어른들도 일이 터졌을 때 야단치는 것이나 처벌만 생각할 뿐, 아이 입장에서 이후 일의 전개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 자존감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존감에 상처를 받고 치유되지 않았을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자존감은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로 태어났고, 부모에게는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존감은 남도 나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한다. 인권의식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자신이 존중받아 보았을 때 남을 존중하는 법을 알게 된다.

지금 인터넷에서 오르내리는 아이들의 상황은 어른들의 무관심이 일을 더욱 키웠다. 이 문제는 아이들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비쳐진 결과다. 어떻게 존중하고 어떻게 사랑하는지 모르는 어른들이 많은데 아이들에게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먼저 어른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이들이 신뢰할만한 어른들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 문제는 절로 해결된다. 문제 아이는 없다. 다만 문제 어른,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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