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학부모, 학교 가서 할 말 하자

MB정부는 그동안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비롯한 학교 다양화 정책과 함께, 교육과정의 자율화, 교직원 인사의 자율화 등을 중심으로 한 학교 자율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이제 집권 중반기에 들어오면서 학교 다양화, 자율화 정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일부 정책들은 이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구에서는 3월에 자율형 사립고와 명장을 육성하는 마이스터고가 문을 열게 되었고 기숙형 공립고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일반 학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매력 있는 교육과정을 짜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교사들은 특성화 및 자율화 학교를 맡은 교장으로부터 초빙을 받아 특정 학교에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교과부는 이러한 일련의 성과에 대하여 아직까지는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나 학생이 충분히 교육 변화를 체감하고 만족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이러한 정책들이 현장에 제대로 뿌리내렸는지를 점검하는 팀을 구성, 운영하기로 하였는데 이 팀에 학부모가 반드시 참여하도록 하였다. 학부모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하게 되는 기본적인 동기는 내 아이에서 시작된다. 학부모라면 내 아이가 학교에서 잘 지내고 다른 아이보다 공부 잘 하기를 바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구에서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며 이것은 한 아이의 학부모가 가진 욕구로서 지극히 정당한 것이다.

학부모로서는 내 아이에게 잘 대해주는 학교와 선생님, 내 아이의 장점을 드러나게 해 줄 수 있는 시험과 평가 방식, 내 아이가 원하는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학군 배정 시스템에 관심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학부모들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되는 전체적인 교육 정책 변화보다 내 아이가 앉아있는 교실과 학교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어 있다. 물론 이 둘 사이는 분리할 수 없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관심이 있는 만큼 할 말도 많게 된다.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하루를 보내는 교실과 학교, 거기에서 만나는 선생님과 사람들, 그리고 학교에서 진행되는 일과와 교육과정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런데 이런 말은 대개의 경우 학부모들끼리 하고 만다. 막상 학부모가 개인적으로 학교에 가면 할 말을 다 접고 학교와 교사가 하는 말을 듣고만 온다.

그런데, 이제는 말 못하는 학부모 이상으로 학부모로부터 의견을 듣지 않고는 학교도 답답해 할 수밖에 없는 때가 왔다. 고교 평준화와 학군제의 틀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자율형 사립고와 같이 학군과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늘고 있는데다가 일반고도 학군과 무관하게 지원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 수준을 파악하지 않고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은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새 학기부터는 학부모와 학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된다. 대구시교육청이 이 달 초, 단위 학교의 학부모회를 지원하겠다고 내놓은 공고를 보면 92개 초'중'고등학교 학부모회에 500만원 정도씩 총 4억6천만원을 지원하는데 지원받는 학부모회가 할 일 중에 그 학교의 교육 활동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 역할이 있다.

학교에서는 학부모의 모니터링을 받아들이기 위해 수업을 비롯하여 학교 운영에 대한 공개의 폭을 넓히고 학부모들이 학교에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학부모회 개최 시간이나 장소를 유연하고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학부모라고 해서 아무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상식 수준에서 마음대로 진단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조직이 아니다. 학교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교한 교육과정, 고도화된 교무업무, 전문적인 수업 방식 같은 것들을 만나게 된다. 학교 밖에서 소문으로 듣던 학교와 실제로 참여하여 확인하는 학교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학부모는 학교 모니터링 이전에 학교와 교육에 대하여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학교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학교의 가능성과 한계를 먼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해하는 폭만큼 학교에 반드시 해 주어야 할 말과 근거 없이 학교를 맥 빠지게 하는 말을 구분하여 모니터링함으로써 학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상현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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