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술+힘…' 우리도 동계 스포츠 강국

한국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은 물론 스피드·피겨 스케이팅 등으로 '금밭' 영역을 넓히면서 동계 올림픽 강국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모태범이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하고, 김연아가 출전하는 피겨 스케이팅에서도 금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한국 대표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쇼트트랙과 달리 '힘'으로 대변되며 '넘지 못할 벽'으로 남아있던 스피드 스케이팅에서의 잇단 메달 획득은 동계 올림픽 강국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아시아권역에선 메달권 진입이 불가능한 것으로 점쳐졌던 장거리인 스피드 스케이팅 5,000m에서 이승훈의 은메달 획득은 어떤 금메달보다 값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우리와는 거리가 먼 종목'으로 여겨졌던 피겨 스케이팅에서의 금메달 전망도 전 국민을 들뜨게 하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한 김연아는 사실상 이번 올림픽 금메달을 예약, 한국이 동계올림픽의 변두리 국가가 아닌 주역으로 우뚝 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의 선전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과 인프라 구축, 한국 특유의 훈련과 노력 등이 한데 어우러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러 종목을 접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 형성된데다 국제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실내빙상장 마련 등 인프라 개선이 한몫 했다는 것.

세계 무대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스피드 스케이팅의 경우 2000년 세계 대회 개최 가능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이 만들어지면서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해졌고, 이곳에서 각종 세계 대회가 열리며 세계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세계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새로운 영역에 계속 도전한 스피드 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의 공도 컸다. 20년 동안 꾸준히 유럽 선수들과 맞붙어 입상하는 등 선전한 것이 국내 후배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고, 세계 제패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쇼트트랙의 강도 높은 훈련과 저변 확대, 두터운 선수층이 스피드 스케이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1,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승훈의 경우 쇼트트랙에서 엄청난 훈련으로 기본기와 체력을 잘 다졌기 때문에 단기간에 스피드 장거리에서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

피겨는 상황이 좀 다르다. 김연아라는 걸출한 스타가 탄생한 것이지 아직 한국 피겨 실력과 선수층이 세계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상태다. 하지만 김연아 특수로 피겨 열풍이 불면서 저변이 확대되고 유망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머지않아 피겨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우뚝 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구빙상경기연맹 안영만 전무는 "한국의 선전 요인 중 하나는 선수-코치-부모가 한마음이 돼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라며 "영하 15℃의 추운 연습장에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연습하는 지독한 훈련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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