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아파트가 처음 건설된 시기는 언제일까. 일제 강점기인 1930년 서울 충정로에 건립된 유림아파트가 최초의 아파트라고 하나 정설은 없다. 사료를 통해 검증된 사실도 아니다. 주거용 아파트 단지 시대가 본격 막을 올린 것은 1962년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마포아파트라고 한다. 총 10개 동 564가구를 집합시킨 최초의 단지식 아파트였다.
대구에선 1970년대부터 아파트가 지어졌지만 보수적인 인식으로 인해 상당 기간 아파트의 인기가 별로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대구에서도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룻밤 새 집값이 폭등해 너도나도 아파트 청약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불과 40여 년 만에 우리 주거 문화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도시 외곽은 물론 도심도 재개발사업으로 단독 주택을 허무는 대신 아파트를 속속 건설하고 있다.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살다 보니 아파트 건설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 해도 아파트는 참 독특하고 기형적인 주거 문화다. 단면도로 보면 공간만 다를 뿐, 똑같은 위치에서 밥 먹고 용변 보고 잠자는 셈이다. 자신이 볼일을 보는 바로 위층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이 똑같은 자세로 용변을 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말뚝만 박아 놓으면 입도선매되던 아파트가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비수도권에선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수도권에서조차 향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는 사람이 많은 탓에 전셋값이 올라도 집 사려는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이에 따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MBC PD수첩은 최근 중견 건설업체 대동건설이 지난 2006년 지은 경산시 대동 다숲 아파트를 '특별 분양' 받은 970가구를 집중 조명했다. 대동건설은 아파트 분양이 부진하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특별 분양'한 뒤 2008년 부도 처리됐다. '특별 분양' 가구는 대동건설 부도 이후 분양금과 집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파트는 서민가구의 전 재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구는 줄고,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 시작되면서 아파트는 애물단지가 될 공산이 커졌다. 저무는 '부동산 신화'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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