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만 보고 속을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진다. 무생물적인 작은 점에서부터 인간 생활사 전반에 걸쳐 특별나다 싶으면 뾰족한 생각의 테를 두른 호기심의 돋보기를 들이댄다.
옛날에 문틈으로 신방을 엿보는 행위부터 요즘 몰래카메라 방송 시청이나, 특정인의 사생활에 대해 내남없이 입을 보태는 과도한 관심까지, 가치관 훼손을 염려하기보다 그저 재미있게 즐기는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것을 볼 때 호기심을 나쁘게만 생각지는 않는 모양이다.
나도 예전에 한 사람을 무척 흥미롭게 살펴본 적이 있다. 그는 미남일 뿐만 아니라 성격도 유순했고 말수도 거의 없는 편이었다. 그런 그를 두고 그의 어머니가 자주 했던 말에 나도 동조를 하면서 이상한 호기심을 발동시켰다.
겨우 말 배울 시기부터 그는 좋은 말보다는 욕을 잘했다고 한다. 타이르고 가르치며 매로 다스려보기도 했지만 고쳐지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는 부끄럼이 많았고 말이 없는 편이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 부딪히면 욕이 일사천리로 나왔고 듣는 사람도 욕인지 아닌지 혼동할 정도로 유창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뇌와 목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파헤쳐 들여다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평소 억눌린 감정을 그렇게 해소하는 버릇이 들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예사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실제로 그의 어머니 말처럼 실천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때 어떤 남자의 두상과 여자의 생식기가 인체 표본으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국과수에 보관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어느 스님이 대법원에 인체 보존을 중지해 달라는 소송을 걸었고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남자는 사이비종교 지도자로 수백 명을 살해하여 한때 세상을 경악하게 한 장본인이다. 여자는 너무나 유명해서 이름만 대면 다들 알 만한 기생이다. 이렇듯 주목받는 사람들의 특정 신체 부위가 그 삶과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이 사건은 출발하고 있다.
호기심은 분명 우리 삶의 원동력으로 인류 문명과 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호기심은 이번 일처럼 한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넘어서 반사회적인 인권 유린에 인간의 존엄성까지 침범할 수가 있다.
모자라면 자신이 불편하다 느끼지만 넘치는 것은 종종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가 있다. 그 찰랑찰랑한 경계를 잘 가늠하는 것이 우리가 어렵게 느끼는 부분이다. 사실 궁금증을 못 이겨 헤집고 들여다봐도 별반 다를 것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인데도 말이다.
주인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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