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32·남구 봉덕동)씨는 전세금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해 목돈이 필요한 처지지만 주인은 방이 나가기 전에는 돈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씨는 "계약 기간이 6개월이나 지났는데도 돈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금(6천만원)만큼 대출을 더 낼 수밖에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해 10월에는 대구 남구 대명동의 다가구 주택에 세든 40대 남성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흉기를 휘둘러 집주인 가족을 다치게 한 혐의로 쇠고랑을 차기도 했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전세금을 제때 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우후죽순 건립돼 공급 과잉을 이룬데다 이사철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임대차계약법상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계약 만료 한 달 전까지만 방을 빼겠다고 통보하면 집주인은 계약이 끝나는 시점과 함께 전세금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는 '착한' 집주인은 거의 없다.
임대차 계약 만료 시에도 다른 세입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전세금을 반환해 주지 않아도 법적 제재가 없기 때문에 버티는 경우가 많은 것.
전세금 늑장 반환의 근본 원인은 다세대·다가구주택 공급 과잉으로 분석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다세대 주택(빌라)의 경우 2006년 4만4천212가구에서 지난해 말 4만5천993가구로 3년 사이에 2천 가구가 늘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서는 임대차분쟁을 조정·중재할 별도의 전담기구를 만드는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임대차분쟁조정상담실이 설치돼 있으나 대구에는 아직 없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권오인 이사는 "아파트 전세금 폭등 등으로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전세 수요가 증가하자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린 이들이 너도나도 원룸 등을 지어 다세대 다가구 주택은 이미 공급과잉상태에 와 있다"며 "세입자 보호차원에서 임대차분쟁을 조정 중재할 별도의 전담기구를 빨리 발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까?
세입자는 우선 법원에 임대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달가량 걸린다. 승소하더라도 집주인이 줄 돈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나 소송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 강제경매는 붙일 수 있다.
경매에 부쳐진 주택이 낙찰됐다면 법규정에 따라 배당순서와 배당액이 결정된다. 배당 우선순위는 ▷선순위 근저당 및 가압류 ▷국세 지방세 등 세금 ▷세입자 전세금 등의 순서다. 만약 경매 신청자가 순위에서 밀려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엔 경매 자체가 무효화된다. 세입자가 전세금을 받기 위해 강제경매를 신청한다면 선순위 채권규모 등을 잘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소송 절차가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집주인을 설득해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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