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심후섭 글/북랜드 펴냄

대구가 낳은 항일 민족시인 이상화 선생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재조명한 전기(傳記)다. 동화작가 심후섭 박사가 글을 쓰고, 서양화가 이광달 화백이 삽화를 그렸다.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출간한 이 책은 시인이 항일 민족시인으로 성장하기까지 누구를 만나 어떻게 교류하였으며, 어떻게 시대를 인식하게 됐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야기는 용봉인학(龍鳳麟鶴)으로 불릴 만큼 걸출했던 상화의 4형제들부터 출발한다. 상정은 독립운동 장군으로, 상화는 시인으로, 상백은 학자이자 체육 행정가로, 상오는 수렵가로 한 생을 풍미했다. 하나같이 뛰어난 재주와 굳센 의지를 가졌다. 많은 지사와 문사와의 만남도 연대기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시인 백기만, 소설가 현진건이 상화의 죽마고우였다면, 중앙학교 유학 시절에는 우리 근대사의 중추 역할을 했던 김성수, 송진우, 최두선 등 은사를 만나 교류했다. 3'1만세운동 때는 대구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계성학교 교사 백남채 등을 만났고, '백조' '카프' '개벽' 등 상화가 몸담았던 동인 시절마다 기라성 같은 문인들과 조우했다. 상화는 또한 각설이패나 유랑민, 가난한 농부 등 이름없는 민초들과의 만남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함께했다. 짧은 생애였지만 치열했던 상화의 삶을 재조명하면서 아름다운 만남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223쪽, 1만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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