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양병원을 내집같이 편안하도록 만들었지요

정시몬 칠곡군립 노인요양병원 이사장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의 칠곡군립 노인요양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병원 냄새가 나지 않는 데 놀란다. 게다가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인테리어에 더없는 정감을 느낀다. 호텔 로비처럼 호화로운 선진국 요양원 분위기가 아니라 우리의 전통적인 가정과 유사한 생활공간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유학을 하며 의료시설 운영을 눈여겨본 이 병원 정시몬(44) 이사장의 남다른 안목과 세심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정 이사장은 노인요양병원의 초호화 시설은 젊은이들 취향이지 실제 사용자들인 노인 환자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단정한다. 특히 과거지향적이기 마련인 노인들의 의식을 고려하면 현대적인 시설은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그래서 요양병원의 내부 디자인을 '동서양의 조합'을 모토로 설계했다고 한다. 병원의 시설과 동선은 현대식으로 편리함을 추구한 반면 인테리어는 전통한옥 양식으로 꾸미고 공간을 널찍하게 확보해 환자들이 내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치료를 받고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 것은 칠곡군립 노인요양병원을 유치했을 때라고 했다. 여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정 이사장은 어린 시절부터 선친이 운영하던 정신건강병원에서 지적장애인들을 자주 접하며 자랐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평범한 삶조차 허락되지 않은 그들의 일상을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고산의료재단 이사장으로 시몬정신건강병원도 운영중인 그는 유학시절에도 늘 이를 염두에 뒀다.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밴쿠버의 대학원을 졸업한 뒤 회계법인에 근무하면서도 정신과와 노인요양병원 운영을 위한 경영마인드를 꾸준히 쌓았다.

특히 150년 앞선 노인의료 노하우를 가진 밴쿠버의 한 노인전문병원의 시스템을 많이 활용했다고 한다. 또 2006년 군립 노인병원 위탁자로 결정된 후에는 의사'간호사 등 25명의 의료진들을 모두 데리고 캐나다에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선진 노인전문병원의 흐름을 함께 보고 이를 군립 노인요양병원 운영에 접목하기 위해서였다.

정 이사장은 "그간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지켜본 결과 어르신들이 가장 반기는 방문객은 손자 손녀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노인요양병원이라도 노인 냄새와 병원 냄새가 없어야 하고,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나 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손자 손녀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보다 어르신들에게 더 큰 선물은 없다고 강조했다. 손자 손녀가 다녀간 뒤 어르신들의 더없이 밝은 표정이 그것을 웅변한다는 것이다. 그는 칠곡 노인요양병원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앞으로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이사장은 빠른 시일 내에 숲으로 둘러싸인 요양병원 건물 주변에 산책로와 연못, 쉼터와 잔디광장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장기입원 환자들의 운동요법에 이를 활용하고, 환자 가족들이 와서 고기도 구워먹으며 놀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인근 주민들에게도 시설을 개방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가을 노인요양병원 개원식 날 마을 주민들이 걸어준 축하 플래카드와 풍물놀이패 공연에 보답하는 일이기도 하다. 전국 최고의 노인전문 의료기관을 꿈꾸는 정 이사장은 "지역 어르신들에게 값싼 비용으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인류의 소망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기 마련이고, 가족이나 의료요양시설에 신체적'정신적으로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보다 나은 노인전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정 이사장은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병원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과업"이라고 말했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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