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어지고 말라죽고, 정든 교정 정취도 잃어…

동창회 항의로 교장 인사조치 받기도, 노목 이식 등 체계적 관리 서둘러야

고사위기에 놓인 대구 삼덕초교 양버즘나무.
고사위기에 놓인 대구 삼덕초교 양버즘나무.
나무 껍질과 가지, 잎이 말라가고 있는 대구 경대사대부중고 내 역사관 앞 졸가시나무.
나무 껍질과 가지, 잎이 말라가고 있는 대구 경대사대부중고 내 역사관 앞 졸가시나무.
휴교가 되면서 관리부실로 고사 위기에 처한 대구 숙천초교 닥나무
휴교가 되면서 관리부실로 고사 위기에 처한 대구 숙천초교 닥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나무 곳곳에 이끼가 낀 경산 용성초교 전나무.
가지가 부러지고 나무 곳곳에 이끼가 낀 경산 용성초교 전나무.

"정든 교정을 지키던 나무들을 이제 볼 수 없다니 너무 섭섭해요."

수십년 만에 모교를 찾았지만 추억 어린 교사가 최신식 건물로 바뀐데다 오래된 나무는 베어지거나 고사해 버려 항의하는 졸업생들이 많다. 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경우 동창회가 나무 고사의 책임을 항의한 끝에 교장이 인사조치를 당하기도 했다는 얘기도 있다. 지역 수목 전문가들은 대구시와 경상북도, 시·군 교육청 등이 나무관리팀을 발족시켜 학교 노거수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베어지고 말라죽고

대구 동성초교의 자랑거리는 메타세쿼이아 3그루였다. 하지만 6, 7년 전 잘라내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이 학교 관계자는 "건물 벽에 바로 붙어 있어 바람이 불면 위험했기 때문에 직원 회의를 거쳐 잘랐다"고 했다.

이처럼 학교 노거수가 베어지고 있는 것은 도시화와 관리부실 탓이다.

대구시 중구 삼덕초교 교문 앞에는 예전에 포플러나무 3그루가 있었지만 지금은 베어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교문 앞에 새 길이 나면서 잘렸다고 한다. 또 도로 개설로 인해 수령 100년인 가중나무 5그루는 교문 밖으로 밀려났다. 이 나무는 도로에 인접해 아스팔트의 열기와 매연으로 가지 끝이 마르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경북대사대부설중고의 졸가시나무는 대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종이지만 관리상태가 부실하기 짝이 없다. 현재 나무 껍질과 가지, 잎이 말라 있는 상태이다. 나무 밑둥치에는 석축을 만들어 뿌리 생육이 방해받고 있다.

대구 동도초교 앞 수령 300~400년인 참느릅나무도 사정은 마찬가지. 5년 전에는 5그루가 있었지만 현재는 2그루만 남아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나무도 고사 직전이다. 가지를 베면서 껍질을 벗겨내 나무 전체의 절반 이상이 말라 있는 상태이다. 나무의 갈라진 틈에는 빗물이 쌓여 썩어가고 있다. 이 학교 4학년 김모(11)양은 "나무들이 아픈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나무를 빨리 치료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1월부터 휴교한 대구 동구 숙천초교에는 천연기념물 수준인 닥나무가 있지만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나무는 말라서 안이 텅 비어있다.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나무 안에는 담배꽁초와 신문지, 라면봉지가 쌓여 쓰레기통이 된 상태이다. 졸업생 이모(38·대구시 동구 숙천동)씨는 "10년 만에 학교를 찾았다가 추억이 깃든 나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지금이라도 나무를 옮기는 등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모두 죽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심후섭 교육과정정책과장은 "학교는 물론 거리에 노거수가 많이 자리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며 "노거수가 많을수록 교육 효과가 더 커진다"고 했다.

◆학교 수목관리팀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학교 측이 나무를 돌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 대구수목원, 시·도 교육청이 힘을 모아 나무관리팀을 발족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무관리팀이 학교 측에 나무 컨설팅을 해주고 이식과 관리 등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달구벌 얼 찾는 모임' 이정웅 대표는 "대구의 조림정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제는 학교 등의 노거수를 잘 관리해 시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산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경주대 임원현 조경학과 교수는 "노거수를 잘 관리하려면 예산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선 나무가 고사하기 전에 생육을 저해하는 환경을 없애고 자동차 매연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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