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년 여성 괴롭히는 갱년기

그냥 두면 골다공증 악화 부를수도

부인과 질환이 염려스러워서 병원을 찾는 여성 환자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일까? 대구 효성병원이 올 1월 한 달간 부인과를 찾은 여성 3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갱년기'라는 답이 29%(98명)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월경불순, 자궁근종, 부인성형, 요실금 등의 순이었다. 폐경 전후 2~5년의 기간을 의미하는 갱년기는 여성의 몸과 마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다.

◆호르몬 대체요법=중년 여성들은 부쩍 자주 달아오르는 얼굴을 감싸며 '혹시 나도 갱년기?'하며 고민에 빠지기 일쑤다. 갱년기의 대표적 증상은 얼굴 화끈거림. 아울러 짜증도 심해지고, 땀이 나거나 때로는 가슴과 목 부위가 빨개지면서 머리끝까지 열이 오르기도 한다. 특히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화끈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 또 손발저림과 전신무력감, 만성피로에 시달리기도 한다.

갱년기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호르몬 대체요법이다. 갱년기의 원인이 되는 에스트로겐을 보충해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것. 하지만 에스트로겐만 장기간 사용하면 자궁내막암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다른 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도 함께 보충해 준다. 효성병원 조상민 진료부원장은 "갱년기는 불편하지만 그저 참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자세로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호르몬 대체요법은 비용 부담도 적고, 신체적이나 심리적으로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호르몬 요법을 받는 환자는 많지 않다.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유방암에 걸린다'는 두려움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 실제로 지속적인 에스트로겐 복용은 유방암의 발생을 다소 증가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구에 비해 유방암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유방암 조기 진단을 매년 받는 것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조상민 진료부원장은 "최근 연구에서 저용량 천연 호르몬으로 치료했을 때 갱년기 증상 완화와 골밀도를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정기적 검진으로 유방암 발생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 치료법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지속적인 에스트로겐 감소는 결국 골다공증을 낳는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폐경 전 칼슘이 하루 1천200mg이 필요하고, 폐경 이후 1천500mg까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음식물로는 하루 500mg정도만 섭취하고 있어서 많이 부족하다. 따라서 우유, 유제품, 굴, 뼈가 있는 연어, 시금치와 같이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거나 칼슘제를 통해 부족한 양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호르몬 대체 요법은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단 골다공증이 진행된 경우라면, 호르몬 요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골다공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갱년기의 많은 여성들이 질 건조증이나 질 위축이 있어 성생활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이때에도 호르몬 대체요법이 효과가 있으며 전신적인 복용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국소적인 질 에스트로겐 치료로도 호전을 볼 수 있다.

폐경으로 인한 갱년기장애를 막기 위한 '호르몬 대체요법'(HRT)이 대장암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학전문지 '역학저널'(Journal of Epidemiology)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티 오브 호프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폐경여성 5만6천여명을 분석한 결과, 호르몬 요법을 시작한 지 10년이 경과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평균 3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성 에스트로겐도 갱년기 증상에 효과가 있다. 두부, 된장 등 콩류 식품과 해바라기씨, 녹황색 채소에 많이 포함돼 있다. '자연이 여성에게 준 선물'로 알려진 콩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이소플라본을 함유하고 있다. 이소플라본은 우울증, 골다공증, 안면홍조 등 갱년기 증상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블루베리는 '건강과 젊음의 과일'로 불린다. 블루베리는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 음식 중 하나로 꼽힐 정도. 안토시아닌 성분이 다른 과일보다 4배나 많아 21세기 노화방지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폐경을 겪으며 심혈관계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여성에게 블루베리 효과는 탁월하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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